
어느덧 한국 레슬링의 맏형이 된 정지현(29·사진)에게 2012년 런던올림픽은 누구보다 특별할 듯하다. 정지현은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심권호 이후 한국 레슬링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성기 나이에 맞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은커녕 8강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지현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인 런던에서 베이징의 수모를 씻고 아테네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정지현이 이번 대회에 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것은 바로 체력이다. 베이징올림픽 실패의 원인이 체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기술을 묻자 그는 “오로지 체력이다. 안한봉 감독께서 정말 무식할 정도로 체력 훈련을 시켰다. 체력 싸움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내가 가진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내 비장의 기술”이라고 답했다.
2004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이제 정지현의 곁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16개월 된 딸 서현이, 그리고 아내 뱃속에 있는 둘째 ‘올금이’가 있다는 것.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둘째의 태명을 ‘올금이’라고 지었다는 정지현은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아내의 뱃속에 있던 서현이의 태명을 ‘아금이’라고 지었지만 은메달을 따서 아쉬웠다.

레슬링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이후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지현의 금메달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노골드’의 수모를 당하며 금맥이 끊어진 상태다.
자신의 부진으로 깊어진 한국 레슬링의 침체기를 정지현 본인이 스스로 끊어낼 수 있을까. 방대두(58) 감독은 “정지현이 금메달에 근접한 선수다. 기술만큼은 세계 수준”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