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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인육설은 ‘해(醢)’를 잘못 해석한 치명적 오해

입력 : 2012-07-03 13:57:01 수정 : 2012-07-03 13: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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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젓갈’과 동사 ‘형벌’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온 ‘공자 죽이기’
성균관 유림, “인본주의 기초한 ‘공자 바로보기’에 집중했으면” 바람

공자는 덕에 기초한 정치와 인에 바탕을 둔 철학으로 유교의 사상적 기초를 쌓은 철학자로 중국은 물론 조선시대 통치이념에 큰 영향을 끼쳤다.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한 공자의 언행은 제자들에 의해 논어를 통해 사상적 토대를 완성시켰고 지금까지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의 철학으로 뿌리를 내렸다.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자의 사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요즘 포털사이트 등에 '공자와 인육'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공자 인육설을 주장하는 측은 ‘예기’ 단궁 상편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근거로 한다.

既哭, 進使者而問故, (곡을 그치고 사자에게 가서 자로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물었다)
使者曰, 醢之矣. ( 사자 말하길 해형에 처해졌습니다)
遂命覆醢. (그 말을 들은 공자, 명을 내려 소금절임을 엎어버리게 했다)

마지막 문장, '소금절임(醢.해)을 다 엎어버렸다'는 말을 미루어, 평소 공자가 '사람의 고기를 젓갈로 만들어두고 열심히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해(醢)라는 단어가 가지는 두 가지 의미를 혼돈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잘게 저며서 만든) 젓갈, 육장, 고기젓을 뜻하는 명사 '해'와 (옛날 가혹한 형벌의 하나로) 사람을 죽인 후 잘게 저며 젓갈을 담는다는 의미의 동사 '해'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 온 오해라는 것.

자로가 '해'에 해당하는 형벌을 당하자 공자는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고기 젓갈 '해'를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형벌 '해'와 고기젓갈 '해'를 동일시하여 공자를 깎아 내리려는 움직임들이 결국 ‘공자=인육’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은 공자의 언행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사람’에 기초한 인본주의 정치를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맹자’ 양혜왕 편에 공자가 이르기를 “始作俑者 其無後乎”라는 구절이 있다. ‘용(俑)’은 장례에 부장하는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 사람을 말하는데 얼굴과 눈이 있고 움직여서 거의 사람과 흡사하였다. 이 모습을 본 공자는 “어질지 못함을 미워하여 반드시 후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한 ‘논어’ 향당편에 보면 “廐焚이어늘 子退朝曰 傷人乎아하시고 不問馬하시다.”(마구간에 불이 났었는데 공자께서 조정에서 퇴근하여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다쳤느냐?”라고 하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고 했다. 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다쳤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컸던 공자의 ‘인본주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공자의 인육설이 언제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는 밝힐 수 없으나 공자는 지극히 ‘사람’에 기초한 정치철학을 몸소 실천하여 스스로 그를 따르는 제자가 수 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만약 공자가 인육을 즐겼다면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물론 성리학을 좇는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도 그런 자취가 발견되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성균관 기획출판부 방동민 부장은 “공자께서 인육을 드셨다는 어처구니 없는 낭설은 한자 ‘해’를 잘못 해석한 데서 나온 해프닝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전국 수 백 개의 향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 ‘해’를 올리는데 그럼 사람인육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냐”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공자의 인본주의 정신이 제대로 알려져서 더 이상의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이번 공자 인육설 논란을 계기로 다시 한번 공자는 "세상에는 가르치지 못할 사람도 없고, 배우지 못할 사람도 없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로써 공자 인육설로 불거진 ‘공자 죽이기’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인구에 회자되지 않고 더욱 더 ‘사람의 예법’을 따랐으면 하는 것이 유림의 바람이기도 하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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