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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숨(왼쪽에서 다섯 번째)씨와 이승우(〃 일곱 번째)씨가 지난달 29일 그들 작품을 외국어로 옮긴 번역가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
“미역국과 국수는 전혀 다른 음식이잖아요. 미역국을 국수로 의역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네요. 본문에는 미역국이라고 쓰되, 각주를 달아 ‘한국에서 생일에 먹는 음식’이라고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한국문학번역원. 인기 소설가 이승우(52)·김숨(38)씨가 국적도, 피부색도 저마다 다른 외국인 번역가들과 마주 앉았다. 이들은 번역원이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매년 실시하는 ‘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이다. 올해는 이씨의 단편 ‘칼’(2010)과 김씨의 단편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2011)이 과제였는데,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등 7개 언어권에서 총 261명이 응모해 그중 8명이 뽑혔다.
중국인 한예(35)씨가 “미역국처럼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긴 말을 옮길 때 힘들다”고 털어놓자 프랑스인 멜리사 다비드(23)씨는 “한국어는 동어반복이 너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프랑스 등 유럽어권에선 같은 표현의 반복을 기피하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쓰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프랑스 스타일에 맞게 번역하다보니 일부 반복적 표현은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칼’을 영어로 옮긴 한국계 미국인 김주은(25)씨는 “번역이 의외로 쉬웠다. 소설에서 찜질방, 칼국수 등 한국 특유의 몇 가지 소재만 빼면 미국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내 소설이 외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전적으로 번역가의 역량이 달렸다”며 “그러자면 특정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역가가 일관되게 맡아 번역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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