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결한장’에서 저 시집살이 하는 거 보셨죠? 아직은 결혼하기 싫어요.”(웃음)
1996년 아역스타로 데뷔한 배우 류현경이 어느덧 서른 살이 됐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화두는 결혼으로 넘어갔다.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 다소 잔인했던 인터뷰에도 류현경은 깔깔 웃을 수 있을 만큼 노련했고 유쾌했다.
류현경의 이런 장점들은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위장 결혼한 게이와 레즈비언의 속사정과 집안 사정을 그린 ‘두결한장’은 기존의 퀴어 영화들이 갖고 있던 무거움을 덜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수용했다.
“우리 영화는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어요. 자극적인 장면으로 호기심을 끌겠다는 의도가 전혀 없잖아요.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일반인들의 로맨스처럼 달콤하고 유쾌하게, 깔끔하고 재미있게 그렸어요.”
로맨틱 코미디라 해도 ‘두결한장’은 퀴어 영화였다.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환영 받는 장르가 아니다. 그러나 류현경은 자신을 레즈비언 의사로 만든 김조광수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다음날 “까짓것, 해!”라고 외쳤다. 영화 ‘방자전’에서 섹시한 향단이로 분해 파격 베드신을 소화했고, ‘쩨쩨한 로맨스’에서 당돌한 팜므파탈의 매력을 과시했을 때처럼.
“극중 레즈비언 커플로 호흡을 맞춘 정애연과의 키스신은 좋았어요.(웃음) 김조광수 감독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정말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근데 주변에서는 ‘너, 그런 영화 찍었다면서?’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놀라? 우리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야!’라고 화를 냈죠. 일단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라고요.”

‘두결한장’ VIP 시사회를 찾은 지인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류현경은 “절친한 배우 전혜진은 장문의 리뷰를 보냈고, 최강희는 극중 ‘게이 언니들’로 출연한 조연 배우들을 진짜 동성애자라고 오해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KBS 라디오 ‘최강희의 야간비행’에 출연해서 ‘두결한장’의 게이 티나를 연기한 박정표가 아빠가 됐다는 소식을 전했거든요. 그랬더니 최강희가 ‘진짜 게이 아니었어?’라며 깜짝 놀라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연기를 잘 해냈다는 것이겠지만…. 저도 이 자리에서 확실히 하겠습니다. 저 남자 좋아해요.”(웃음)
하지만 류현경은 “남자는 좋아하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간접적이지만 ‘두결한장’을 통해 남자와 한 공간을 공유했고 시어머니 앞에서 눈치 보는 며느리의 심정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면 시집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두결한장’을 찍으며 느꼈어요. 연기일 뿐인데도 주눅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되던데요.(웃음) 그래서 김조광수 감독님께 ‘저 시집 안 갈래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투정 부렸다니까요.”
이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지 않겠냐며 결혼을 먼 훗날의 일로 미룬 류현경은 “이렇게 말해놓고 내년에 갑자기 결혼한다고 깜짝 발표할 지도 모른다. 그때 나를 욕하면 안 된다. 사람 일을 누가 알겠나”라며 웃었다.
“결혼보다도 당분간은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6월21일 ‘두결한장’이 개봉하고, 올해 10월까지는 SBS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에요. 참, 김조광수 감독님이 ‘두결한장’이 30만 관객을 돌파하면 동남아로 여행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저 좀 도와주세요!”(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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