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과장에 대한 협박은 한 의사 커뮤티니가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한 뒤부터 시작됐다. “밤길 조심해라 조만간 뒤통수 보러 간다”, “자식 잘 챙겨라 인간의 운명은 어찌될지 모른데이”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박 과장은 “가족 신변까지 위협당해 아내는 밥도 못 먹고 있다”고 했다. 박 과장만이 아니다. 포괄수가제에 찬성하며 의사 집단 행동을 질책한 조인성 경기도 의사회장,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등도 유사한 협박에 시달린다고 한다.
근래 협박과 공갈, 폭언을 일삼아 물의를 빚는 이들은 특징이 있다. 비겁하게도 익명성 뒤에 숨어 반사회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피해는 이름과 연락처가 널리 알려진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지난 3월 전북 전주에선 학부모가 아들을 괴롭히던 학생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유형의 피해 사례는 전국적으로 널려 있다. 공공의 안전이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세태인 것이다.
비겁한 이들은 공공기관에도 언어폭탄을 던진다. 서울시 민원해결기관인 다산콜센터에는 “망치로 머리를 부숴버리겠다”, “밤길 조심해라” 같은 폭언이 쏟아진다. 서울시가 그제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에게 폭력·협박 전화를 하는 시민을 상대로 8월부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이유다.
익명성에 취해 정신 테러 수준의 반사회적 행태를 일삼는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밤길 협박이 횡행하는 사회가 멀쩡한 현대사회일 수는 없다.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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