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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이 지음/푸른책들/10500원 |
2001년 출간돼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장편동화 ‘양파의 왕따 일기’를 통해 왕따 문제를 가장 명확하게 직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문선이 작가가 왕따 문제의 현주소를 그린 장편동화다.
이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수민이는 전학을 오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꿈꾼다. 그리고 반짱 민석이와 어울리고 ‘이구동성파’에 합류하면서 그 바람은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반에서 왕따를 당하던 대현이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하고 입원을 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민이는 대현이를 대신해 왕따를 당한다는 내용이다.
책 속의 수민이는 왕따의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 동조자, 방관자의 위치를 오가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심리와 고민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주변의 친구들과 부모와 교사의 입장에서도 왕따 문제를 헤아리며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핀란드가 자랑하는 왕따 예방 제도 ‘키바 코울루’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왕따 역할극’이 이와 유사하다. 학생들은 연극 안에서 왕따 피해자와 가해자, 가담자와 방관자가 되어 봄으로써 올바른 인성과 배려의 밑거름을 다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왕따 역할극’의 동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박태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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