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비염 환자에게는 어느 때보다 고단했던 봄이 지나갔다. 뿌연 황사와 흩날리는 꽃가루에 고생한 이들은 여름철 더위가 차라리 반갑다. 여름은 비염 환자들이 비교적 편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계절이다. 건조하고 차가운 겨울의 공기, 봄과 가을의 큰 일교차와 봄의 불청객 황사, 꽃가루는 알러지성 비염을 가진 사람들을 일 년 내내 추격한다.
여름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일상생활은 힘들어지지만 축농증을 비롯한 비염증상은 호전된다. 다시 가을이 되기 전까지 일단 편하게 숨을 쉬고, 지긋지긋한 고통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물론 여름이 지나면 다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비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급성 비염, 이른바 코감기라고도 하는 이와 같은 경우는 대체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면역력의 회복과 함께 증상이 완화되며 사라진다. 꽃가루 알러지와 같은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이다. 이런 경우에는 항원을 차단하는 방법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만성 비염은 매연, 먼지, 집먼지 진드기, 동물털 등은 물론이고, 건조한 대기, 차가운 공기와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무엇보다 항원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나 약물 복용, 흡연, 음주 등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판제 코비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비염을 한기에 의한 폐기능 저하, 폐경의 울화, 비장과 신장의 기능저하로 인한 면역기능의 약화로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비염치료방법도 폐와 비장, 신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근원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치료 중 증상이 되려 악화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감기”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비염 환자라면 일단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기에는 의외로 여름이 긴 계절이 아닐 수도 있다. 냉방을 너무 강하게 가동할 경우 여름도 비염의 안전지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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