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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 천국의 열쇠

입력 : 2012-06-01 17:53:53 수정 : 2012-06-01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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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서 헌신하다 죽은 무신론자 의사도 천국을 간다 철모르는 더위가 한참인 여름 길목에서 ‘천국의 열쇠’란 책을 빼들었다.

종교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유년 시절부터 교회에 다녔던 나는 생활의 일부, 아니 어느 경우엔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신앙과 연결된 날들을 살고 있다고 하겠다. 감사하게도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 미션스쿨인지라 월요일 아침부터 예배를 드리고 한주의 일과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50년이 넘는 신앙생활 중에 대학생 시절에 방황하던 한때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천국의 열쇠’란 책을 대학 1학년 때에 처음 읽었다. 1학년의 축제기간에 참석한 어느 집회에서, 강사 목사님이 본인도 이분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추천해 준 책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다독으로 견문을 넓히던 시기, 문고판으로 접하던 수많은 명작을 두꺼운 원본으로 읽는 즐거움에 빠져 도서관을 드나들던 그 시기에 목사님이 추천한 가톨릭 관련 책을 어찌 그냥 넘길 수 있겠는가.

당일 숨도 안 쉬고 다 읽고서 서점으로 달려가 다시 그 작가(A J 크로닌)가 쓴 책을 또 사서 읽었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난 가톨릭을 동경하고 남몰래 성당을 몇 번이고 찾아갔다.

그리고 연말에 우리 교회의 연말예배를 마치고 성당에서 드리는 자정미사에 몇 해를 두고 성당 마당을 돌며 배회했다. 종교문학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그때 체험했다.

대학 기독학생 동아리의 간부이고, 교회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였기 때문에 어느 순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됐지만 당시의 천국의 열쇠를 읽고 난 충격은 대단했다.

‘천국의 열쇠’는 주인공인 치셤 신부와 친구 추기경(안젤모 밀리), 의사(윌리 탈록)의 이야기가 줄거리다. 두 신학교 동기인 신부님의 삶을 조명하며 쓴 글이다.

두 동기생 신부님 가운데 하나는 가톨릭 최고의 영예인 추기경에 오르고, 또 하나는 시골 작은 성당의 주임신부로 늙어가는 이야기다. 

뛰어난 사교술로 승진과 좋은 곳에서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안젤모 밀리와 많은 고난을 이겨내며 중국에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비록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치셤 신부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더구나 원제를 보면 ‘Keys of the Kingdom’으로, ‘Key’가 아니고 ‘Keys’라고 표현했다.

치셤 신부가 중국 선교 시절에 의사 친구인 윌리 탈록의 이야기가 나온다. 의료선교 현장에서 헌신하다 죽게 된 그에게 비록 무신론자였던 그분의 죽음을 두고 치셤 신부는 장례식장에서 윌리 탈록은 천국에 갔을 것이라는 설교를 한다. 성당에 다니지 않은 윌리 탈록의 천국행 선언은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천국의 열쇠’가 복수로 쓰인 것이다.

신학적인, 예수만이 오직 구원의 한길이란 관점에서 대단한 이단일 수밖에 없는 이 책이 왜 그리 개신교 목사까지 추천하는 서적이 되었을까. 그는 우리 앞에 나타나 보이는 예수의 다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 시절부터 서재에 두고 가끔 다시 읽어 나를 다잡아 보는 이 책을 여러분들께 강추한다.

김극명 전주비전대학교 입학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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