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이후 30년 만에 내놓는 SF 역작 ‘프로메테우스’가 지난 5월31일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감독은 ‘에이리언’에 잠시 등장했던 제노모프 외계인 모습에서 ‘인류의 기원’이라는 소재를 착안했다. 화석화 돼버린 그는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됐고, 스콧은 스페이스 자키의 존재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역시 리들리 스콧이었다.
2시간3분짜리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3D 기술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을 펼쳐 보였다. 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대성공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3D영화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냥 2D에 입체감을 부가시킨 느낌의 ‘볼록 책받침’ 같은 영상에 아쉬워해온 관객들이라면 “역시 스콧!”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것으로 보인다.
뚜껑을 열어본 ‘프로메테우스’의 3D는 한 마디로 차원이 달랐다. 인간보다 대자연이 중심이 되는 웅장한 영상은 완벽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스콧 감독이 왜 30년 동안이나 SF영화 제작을 망설여왔는지 짐작케 해준다.
영화는 2089년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메소포타미아, 아즈텍, 마야 등 고대 문명의 기원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하나의 좌표를 찾아 우주로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프로메테우스호’의 항해를 그린다.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누미 라파스가 여주인공 엘리자베스 쇼 역을 맡았고,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등 탄탄한 조연진이 등장해 극에 무게를 더한다.
누미 라파스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대표했던 여전사 시고니 위버 대신 투입된 인물로, 지적인 외모와 강인한 육체로 새로운 매력과 개성을 발산한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고 “머릿속이 폭풍우에 휘말린 것 같았다”고 극찬한 샤를리즈 테론은 악역은 아니지만 이기적이고 냉정한 프로메테우스호 총 책임자 메레디스 비커스 역을 맡아 우주복을 입고 환상적인 바디라인을 뽐낸다.
인류의 기원을 외계행성에서 찾으려는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호기심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흡인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거대기업이 새까만 속내를 숨긴 채 우주 탐사에 나섰다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내용 등은 SF 고전영화에서부터 수도 없이 반복돼왔던 터라 중반 이후 스토리의 취약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끝까지 신(神)을 놓지 않으려는 여주인공 쇼와 신을 믿지 않고 인간 기원에 접근하려는 할러웨이(로건 마샬 그린),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며 결국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커스와 웨이랜드(가이 피어스)의 이기적인 행동 등은 관객들에게 오락성을 뛰어넘는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프로메테우스’로 30년 만에 SF로 돌아온 스콧 감독은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의 촬영을 마쳤으며, 2014년 크랭크인하는 ‘블레이드 러너’ 후속작 캐스팅에도 들어갔다. 스콧 감독의 ‘SF 2라운드’에 전 세계 영화팬들은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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