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다루는 기술’ 개척
축적된 노하우 해외로 2010년 10월 대구에 있는 정보기술서비스 기업 위니텍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말레이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추진하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사업 중 하나인 긴급대응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이 사업은 앞으로 10여년간 매년 1000만달러 규모가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위니텍은 통합관제시스템(IEMS·Integrated Emergency Management System)분야 국내 최강자.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전략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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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텍이 지난 2일부터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제 소방안전 박람회’에 마련한 통합재난관제시스템 상황실 견본 전경. 위니텍 제공 |
위니텍이 해외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07년 10월. 직접 개발한 관제시스템을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수출했다. 현재에는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동남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위니텍이 이처럼 해외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는 배경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덕분이다. 1997년 9월 ‘사람을 위한 테크놀로지’라는 신조 아래 설립된 위니텍은 소방, 경찰, 해경 등 공공안전 분야에 처음으로 통합관제시스템이라는 전문 소프트웨어(SW)를 접목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주된 사업은 IEMS를 비롯한 교통관제시스템, 상수도관제시스템으로 전국 각지의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IEMS는 대구, 부산, 울산, 제주, 강원, 광주 등 전국 대부분의 광역지자체 소방본부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재난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신고전화, 무선방송, 지령방송, 전산시스템 등을 통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실시간 상황관제 의사결정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또 ▲행정안전부 통합상황실 구축 ▲경찰청 112 자동화시스템 ▲해양경찰청 122 상황관제시스템 ▲국립의료원 1339 응급의료이송 정보시스템 ▲유시티(u-City)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165억원을 기록했으며 2008년 이후 줄곧 13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위니텍이 성공가도를 달린 원동력은 고객 수요에 발맞춰 끊임없이 시스템을 향상시킨 자기혁신이다. 해외 유력 경쟁기업과는 달리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현지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개발된 제품에 대해서는 현지 고객의 요구를 거의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니텍은 고객의 요구를 사전 분석하고 검증작업을 통해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 고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위니텍의 솔루션이 관련 시장에서 아직 크게 부각되거나 지명도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이처럼 해당 국가기관의 신뢰 구축에 정성을 쏟으면서 차별화된 기업으로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신뢰도 높은 현지 파트너를 적극 활용하는 전력도 맞아떨어졌다. 직접 유통망과 판로를 개척하기보다 현지 에이전트나 파트너를 통해 해당 국가기관에 위니텍 솔루션을 소개하고 정보화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각종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장인정신도 성공의 비결
통합관제시스템은 지금도 일반에게 낯선 분야이지만 창업 때는 더했다. 당시는 SW 구축 필요성은 물론 관련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사회적인 인식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회사를 세운 추교관 총괄사장은 전공인 전자공학을 살린 창업을 준비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진출하지 않은 특화시장을 발굴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대구 소방안전본부에서 통합관제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직원 6명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가스 폭발, 화재 등으로 사고가 잦던 대구는 ‘사고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통합관제시스템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추 사장은 회사 창업 전 3년 가까이 대구 경북대에서 전산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이미 SW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시범사업 성격으로 이 대학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SW 구축을 시작하니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면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돌아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복잡하기 이를 데 없어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인명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고비도 여러 번 닥쳤다. 그때마다 추 사장과 직원들은 ‘이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겠다’는 다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덕분에 창업 4년 만에 기틀을 다지고 교통정보시스템과 상·하수도를 비롯한 환경부문 정보화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에 해외지사를 둘 정도로 성장해 SW기업의 모범적인 해외진출 사례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김창욱 위니텍 경영관리팀장은 “주력 솔루션인 IEMS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고 있어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장점인 차별화된 솔루션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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