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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들… 관심없는 정부… 기적만 바라는 가족

입력 : 2012-05-25 00:23:25 수정 : 2012-05-25 0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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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째 미아찾는 부모, 몸 축나고 집안 풍비박산
실종아동 가족의 고통은 아이를 잃어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종아동을 찾느라 경제적 부담이 늘고 다른 자녀가 방치되면서 집안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예산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정부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일러스트레이션=최해솔 기자
◆수십 년째 고통받는 실종아동 가족들

실종아동을 둔 가족들의 고통은 한평생 이어진다. 39년째 아들을 찾고 있는 전길자(65·여)씨의 경우도 그렇다. 1973년 3월18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집 앞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던 아들(당시 3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동네 구멍가게 주인에게서 군고구마를 얻어먹은 것을 끝으로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전씨는 쥐색 털바지와 하얀 고무신을 신은 어린아이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어느 해 여름에는 길거리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급성맹장염이었다. 갑상선암도 발견돼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 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돌볼지 못한 탓이었다. 전씨는 “거지처럼 살고 밥을 굶어도 한 번도 아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면서 “내일이라도 아들을 만난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석(55)씨도 늘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김씨는 1986년 11월4일 대전 대덕구에서 아들(당시 3세)을 잃어버렸다. 이웃집 축사에서 놀던 아이가 혼자 밖으로 나가더니 사라진 것이다. 김씨는 충청남도의 산과 절을 모두 훑었다. 하다못해 누가 죽여서 묻었나 싶어 작은 무덤이 보이기라도 하면 파보기까지 했다. 올해도 충남 일대에 전단 2만4000장을 뿌렸다. 시내에 현수막도 걸었다.

김씨는 줄곧 아들만 찾으며 살았다. 그는 “짐승도 새끼를 보호하는데 사람이 돼서 자식을 잃어버렸다는 게 견딜 수 없다”면서 “죽을 때까지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

실종아동 발생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4세 미만 실종아동 발생건수(접수 기준)는 1만1425건으로 2006년의 7071건에 비해 61.5%나 증가했다. 실종 후 미발견 아동도 2006년 13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0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종아동 수색을 뒷받침할 만한 예산과 인력은 미비한 실정이다. 경찰청의 실종아동 관련 공식 예산은 0원이다. 필요할 때마다 행정안전부에 요청해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전담인력 역시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단 1명이 있을 뿐이다.

일선 경찰서 실종전담팀의 인력난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부 몰지각한 보호시설의 행태도 문제다. 일부 보호시설들이 실종아동을 데려다 키우면서 정작 부모나 관계기관을 통해 친부모를 찾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경찰이 불시에 단속한 결과 보호시설에서만 실종아동 173명을 찾아냈다.

◆끈질긴 ‘집념’이 장기실종 아동을 찾아내기도

때로는 일선 경찰들의 집념이 열악한 인프라를 넘어 실종아동을 찾아내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종 아동들을 찾는 것은 전국 각지의 보호소와 시설 등을 하나하나 찾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일선 형사들이나 관련 종사자들의 희생과 열정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96년 8월 잃어버린 세 살짜리 아들을 찾아달라”는 홍모(46·여)씨의 신고를 접수받고 서울시내 보호시설 51군데를 3개월에 걸쳐 탐문한 끝에 최근 아들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헤어진 지 16년 만의 일이다.

서울에서 잃어버린 아들은 전라남도 한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었고, 입양과 파양을 거치며 성씨도 박씨에서 김씨로 바뀌어 있었다. 경찰은 이들에게 친자확인 사실을 통보하고, 심장 수술을 받은 어머니 홍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모자를 상봉시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형사가 입술이 부르틀 만큼 발품을 팔아 기적 같은 결과를 이뤘다”면서 “아들을 찾은 기쁨에 어머니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현준·조성호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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