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아동이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실종사건은 모두 1만1425건. 61명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전국을 찾아헤매고 있다.

2010년 9월4일은 우리 가족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습니다. 10살배기 일형이는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충청남도 서산의 한 농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지요. 인근 다리를 건너가는 것을 봤다는 사람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일형이는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엄마곁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 내 가슴이 찢어지듯 일형이도 나를 애타게 찾고 있겠지요.

결국 가족이 나서야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전국의 교회, 사찰, 고아원까지 안 돌아다닌 곳이 없습니다. 일부 시설은 내부를 공개하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경찰이 지난해 전국 보호시설에서 찾아낸 잃어버린 어린이가 173명이나 되지만 일형이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점 지쳐갑니다. 이웃의 시선도 두렵습니다. 아이를 찾아헤매다 어느 날 밤 10시쯤 귀가했더니 “애도 못 찾았는데 벌써 집에 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일형이 동생 유치원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벌써 일형이를 잊은 것 같다”는 주변사람들 말을 들을 땐 정말 죽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잃어버린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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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일형이의 운동화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우리 부부는 지금도 주말이면 일형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돕니다. 숨바꼭질하듯 어딘가 일형이가 꼭꼭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지 않을 겁니다. 일형이가 꼭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언제든 돌아오라고, 현관에는 일형이가 아껴 신던 운동화를 놓아뒀습니다.
박현준 기자
※충남 서산에서 실종된 김일형군의 어머니 김혜란(37)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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