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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달려도 조용한 SUV, 4세대 렉서스 RX350

입력 : 2012-05-21 08:28:35 수정 : 2012-05-21 08: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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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연 자동차는 무엇일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은 SUV의 판매다. 승용차 중심의 세계 시장이 SUV를 비롯한 다용도 차량의 판매가 늘어난 시점이 바로 2000년 전후였기 때문이다. 렉서스 RX의 출현도 그랬다. 세계 시장에는 1998년 첫 선을 보였다. 조용하고 튼튼하기로 유명한 일본 브랜드 렉서스에서 SUV를 내놨다. 마치 승용차의 감성을 그대로 옮긴 듯한 1세대 RX는 그래서 인기를 끌었다.

▶ 렉서스가 17일 선보인 신형 RX350. /사진제공=박인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는 빠른 진화를 했다. 렉서스는 2001년 중형 세단 GS300를 183대 판매하면서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리더니 이듬해에는 또 다른 세단 ES300을 무려 1855대나 팔면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기록됐다. 그리고 2003년 렉서스의 전성기에 국내판매 6위를 기록했던 차가 있으니 바로 SUV RX330이다. 당시 682대를 기록하며 수입 SUV로는 포드, 크라이슬러에 이어 일본차로 유일한 인기차종이었다.

▲ 4세대 렉서스 RX

렉서스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한국도요타자동차가 4세대 렉서스 RX를 내놨다. 2010년 등장했던 3세대와는 패밀리룩을 강화한 것이 돋보인다. ’스핀들 그릴’이라 부르는 새로운 전면 디자인은 신형 GS에 이어 렉서스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CT200h에서 맛보기를 보여준 이후 꾸준히 안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4세대는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구동계통의 변화가 없다. 기존 구동계에 편의사양, 디자인을 변경하고 나온 모델이라 업체가 주장하는 데로 ‘All new’라고 불러야 할지는 의문이다. 3,456cc의 가솔린 엔진으로 6200rpm에서 277마력(ps)의 최대 출력을 내며 4700rpm에서 35.3㎏·m의 최대 토크를 낸다. 종전 차와 똑같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가변식 사륜구동을 적용했다.

▲ 중앙집중식 계기반, 한국형 내비게이션 뛰어나

신차 RX350을 시승했다. 인천공항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영종도를 한바퀴 돌아오는 길지 않은 구간이었다. 곳곳에서 가속을 해보기도 하고 커브길을 돌아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긴 부족했다. 길게 뻗은 구간은 최고속을 낼 수 있었지만 서킷이 아닌 이상 무리해서 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상적인 주행을 하는 느낌으로 시승에 나섰다. 선도차를 따라 4대의 RX가 대열을 이뤘다. 시트에 앉는 느낌은 렉서스의 고급스런 향취가 묻어난다. 일부 우드그레인이 적용된 스티어링휠은 여전했고 센터페시아 위로 올라선 변속레버는 새로운 느낌이다. 여기에 모든 버튼과 계기반이 운전자를 바라보고 있다. 중앙 집중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자동차에 각종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등 기능이 추가되며 중요성이 부각된 컨트롤러는 오른손이 내려가는 곳에 자리했다. 주행중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자동변속기와 자리를 바꾼 셈이다.

▶ 우드그레인이 적용된 스티어링휠은 렉서스의 전통이다. 주행중 자주 사용하지 않는 변속기는 위로 올라갔고 그 자리엔 컨트롤러가 장착됐다. /사진=이다일 기자
전방을 주시하니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BMW를 비롯한 유명 자동차 메이커가 채택한 장치다. 최근 기아자동차 K9에도 사용하면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렉서스는 컬러를 추가하고 내비게이션, 오디오 조작 등의 기능까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여줬다. 렉서스가 올부터 새롭게 채택하기 시작한 아틀란 내비게이션은 한국 상황에 꼭 맞는다. LG전자와 공동 개발해서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과거 렉서스에 장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일본산 내비게이션이 사라졌다. 꾸준히 장착해온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이번에도 자리를 차지했다.

▲ 정숙성 뛰어나, 모나지 않은 주행성능 갖춰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차는 마치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가솔린 엔진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떨림은 거의 없다. 렉서스는 이 차 RX350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스포츠 옵션 모델도 올 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 차 RX350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범하다. SUV를 생각하면 거칠지만 강력한 파워가 생각나지만 이 차는 전반적으로 세단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왔다. 조금 과장하자면 높고 무거운 세단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테스트하진 못했지만 실제 주행시 과연 사륜구동을 얼마나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줘 급가속을 했다.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며 속도를 붙인다. 노면 소음도 없고 엔진과 배기 소음 역시 없다. SUV 가운데 정숙성으로는 최고등급이다. 반면, 달리는 맛은 덜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차들이 모든 소리를 없애는 대신 예쁘게 튜닝한 소리로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반면 렉서스 RX는 아직도 소리를 없애는데 주력했다. 렉서스가 최근 내놓은 스포츠세단 GS에서 보여줬던 예쁜 배기음은 없었다. 올 가을 출시된다는 RX350스포트 모델에 기대를 해본다.

▲ 가솔린, 히이브리드, 스포트 라인업 속속 출시예정

RX350은 가솔린 엔진부터 들어왔다. 시승 행사에 참석했던 렉서스 관계자에 따르면 올 가을 RX350 스포트, RX350h 등 스포트 버전과 하이브리드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렉서스는 이미 하이브리드를 전 차종에 적용했다. SUV RX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RX 하이브리드가 국내 시장에도 많이 팔렸다.

기대작은 RX350스포트다. 최근 스포츠 세단 GS에서 보여줬던 렉서스의 손맛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렉서스는 뒷바퀴 굴림 세단 GS를 출시하면서 GS350, GS250, GS350 F-sport의 세 가지 모델을 선보였는데 배기음과 엔진, 서스펜션을 튜닝해 가장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여준 차가 바로 F-sport 버전이다. 게다가 그간 조용한 것으로 유명했던 렉서스에서 배기 사운드를 과감하게 부각시켰다.

이날 시승한 RX350은 어느 누가 타도 어울리는 무난한 차다. 주행성능을 비롯한 차의 기본기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감성적 품질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조용하고 오래가는 차도 좋지만 휘발유를 태워 달리면서 짜릿한 배기음과 함께 움직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중요한 차의 역할이다. 물론, SUV가 실용성에만 초점을 둔 차라면 어울리지 않겠지만 과연 열에 네댓은 SUV인 우리나라에서 운전의 즐거움이 빠진 SUV가 운전의 즐거움도 갖춘 SUV와 어떻게 대결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인천=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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