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그는 통합진보당 대표로서 금배지를 달게 된 배경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문제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이 시작된 3월 이전만 해도 그는 당내 유명인사가 아니었다. 그가 스스로 공개한 프로필 역시 민중의 소리 이사, CNP전략그룹 대표,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로 일반인에게 생소하며 당과 직접 연관이 없다. 이 때문에 그가 압도적 지지로 비례 경선에서 1위를 하자 ‘경기동부연합(또는 당권파)의 숨은 실세’로 조명받게 된 것이다.
당내 핵심 브레인으로서 오랜 기간 헌신한 전략통이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그는 경기동부, 당권파 실체를 아예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가 비례경선에서 당원의 압도적 다수의 표를 받았다. 그건 팩트”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당선자 말대로라면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이유가 공백 상태다.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은 “10년간 경기동부연합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이를 “소설이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했다.
이 당선자의 정치성향도 그의 말대로라면 모호하다. 최대 쟁점인 종북주의자였는지,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했는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생각과 사상이라는 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자”, “국민을 위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제 사상의 본질”이라는 선문답식 답변만 내놓고 있다.
법원 판결문에 ‘경기남부위원장’으로 적시되고, 이 때문에 2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수배 중이라 민혁당에 가담해 활동한 적이 없다”고 연루 사실을 전면 부정했다. 말하자면 사법피해자인 셈이다.
한 정치학자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도 조직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비례 상위로 밀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이러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일반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다”며 “경선 부정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와 별도의 검증 필요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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