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북한에 미얀마 모델을 배우라는 주문이다. 미얀마 모델이란 장기간 군사독재가 이어지던 미얀마가 먼저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고 있는 선(先)변화·후(後)지원 모델을 말한다. 이 대통령의 14일 미얀마 국빈방문은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의 현장을 직접 찾음으로써 북한에 변화를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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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얀마 정상회담 미얀마를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14일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한·미얀마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네피도=연합뉴스 |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미얀마가 북한과의 단교 조치를 했으나 국제 왕따 신세였던 북한과 미얀마가 2007년 4월 복교하고 밀착한 것도 동병상련의 고립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과 군사정권 시절 미얀마는 급속도로 군사관계를 강화했으며 북·미얀마 간 핵개발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는 북·미얀마의 군사협력 관계를 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대해 “지난해 테인 세인 대통령의 신정부 출범 후 민주화 조치 등 미얀마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많은 정책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미얀마 개발 문제 등에서 한국이 대안을 마련하고 협력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얀마 정상회담에서 미얀마와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관련해 2월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협력국가인 미얀마에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전수하기 위한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새마을운동 방식을 통한 ODA 사업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해 개도국 스스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미얀마 내 한류 확산 추세에 부응해 스포츠·문화 분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국책 연구소 설립 지원, 장학생 초청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약속했다.

정치범 600여명 사면, 60여년간 반정부 투쟁을 해온 소수민족 카렌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타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한 지난 4·1 재·보궐 선거 결과 수용 등 과감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미얀마의 변화에 국제사회는 제재 완화와 경제지원으로 보상하고 있다.
일본은 300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부채를 탕감하고 부채 탕감액의 두 배에 달하는 거액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미얀마를 반민주 국가로 거론했던 미국은 지난해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최근 제재 해제 방침을 정했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천연가스, 원유, 철광석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경쟁에 합류하는 의미도 있다. 한국은 미얀마의 4대 투자국으로 17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네피도=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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