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액 환수 방침… 정·관계 로비 여부 수사
미래 김찬경 회장·이수성 前 총리 관계도 주목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의혹 수사가 진행될수록 저축은행 회장이나 대표들의 차명 재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여러 차명 재산에 대해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해당 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한 자금이 제3자 명의로 사들인 골프장 등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전액 환수하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차명재산들이 사실상 횡령 자금일 가능성이 큰 만큼 정·관계 로비 등에 활용됐는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14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차명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골프장의 명의상 주인인 소동기 변호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12시간 가량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뒤 귀가시켰다.

저축은행 회장들의 차명재산 의혹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자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작심한 듯 “돈 썩는 냄새가 이렇게 나는 수사는 처음 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직원들은 나름 상장회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했는데 결국 (회장과 대주주의) 불법을 도와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첫 번째 칼날을 들이댄 차명재산 의혹은 김 회장이 1000억원 이상을 불법대출해 차명으로 소유한 충남 아산시 ‘아름다운 골프&온천리조트’이다. 이날 소환된 소 변호사는 이 골프장의 명의상 주인인 ㈜고월의 대표이사다. 소 변호사는 검찰 조사 직후 “명의만 빌려줬고, 불법대출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제주 서귀포시 카지노를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나의 카지노를 최근에 두 사람에게 ‘이중매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부인이 유명 씨푸드 업체를 차명으로 소유한 의혹도 받고 있다.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도 일본 아오모리와 후쿠오카에 골프장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선박운용업체인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를, 김임순 한주저축은행 대표는 경기 수원의 극장과 대형상가를 각각 차명으로 보유하거나 매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차명재산들이 정·관계 로비 창구?
4개 저축은행 회장이 모두 차명재산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차명재산을 정·관계 로비에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소환된 소 변호사는 B법무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해당 법무법인에는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고문으로 등재돼 있다. 일각에서 두 거물급 정치인 개입설을 제기하지만 소 변호사는 검찰에서 “사업과 관련해 김 회장을 도왔을 뿐”이라며 정치권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과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2003년 김 회장이 소유한 한라일보 고문으로 취임하는 등 친분이 깊다. 특히 이 전 총리의 아들(47)이 지난 10여년간 미래저축은행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고, 아들 이씨가 살고 있는 23억원 상당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원래 소유주가 김 회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김 회장과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압구정 아파트는) 강남 도곡동 집과 맞바꾼 것이고, 김 회장에게 사람을 소개해준 적 없다”는 입장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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