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장 전 사장의 죽음'이 전주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일단 결혼식장 전 사장이 채권자로 불리는 두 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시스가 이 사건 전말을 공개한다.<편집자주>
◇서막
전북 전주에서 가장 큰 예식장 중 하나인 'W예식장'. 지난 2005년 O 종합건설 대표 고모씨가 군산 모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끌어와 만들었다. 고씨가 바로 사건의 중심인 결혼식장 전 사장이다.
고씨는 당시 예식장 용도변경 과정에서 물의를 빚어 한때 구속되기도 했다. 고 사장은 일반 상가로 올라가던 건물이 부도나면서 이를 인수해 예식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2006년 4월 일단 예식장으로 영업이 시작됐다.
대대적인 인근 토지 매입도 이뤄졌다. 이 예식장은 전체적으로 6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600억원은 거품이고 실질적으로 200억원 정도 들어 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은행 감정가는 230억원 정도다.
자수성가한 고 씨는 이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몇몇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지인들이 바로 채권 채무 관계로 형성돼, 고씨와 함께 사체로 발견된 사람들이다.
◇사건의 전조
예식장을 성공시킨 고 사장은 곧바로 전북 익산의 부도난 아파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고 사장은 건설 중 부도가 난 아파트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약 200억원 정도를 잃었다. 이때부터 고씨는 전반적인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2008년께 또 다시 빚을 내게 된다. 3년전 부도가 나 전북 사회를 강타했던 전일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주 지역 모 조폭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확한 대출 액수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8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백 억 원 대가 넘는다고 말하고 있다. 공통된 시각은 전일상호신용금고의 대출은 불법이었다는 것이다. 일단 대출이 이뤄지고 난 직후 예식장도 전일상호신용금고도 동시에 부도가 났다.
◇쫓기게 된 고씨
2010년 8월. 부도 간 난 W예식장은 홍모씨와 오모씨 손으로 넘어간다. 비록 제3자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약 160억원 정도의 유치권을 쥐고 있던 고씨는 약 1년반동안 예식장 사장직을 유지한다.
유치권을 말소시키기 위한 홍과 오씨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 시기 자금 확보 과정에 개입했던 사람들로부터 '돈을 달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결국 이들을 피해다니기 시작했고 나중에 고씨는 채무자로 돈을 달라는 사람들은 채권자로 불리게 된다.
◇'채권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실체
예식장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씨와 돈을 달라는 사람들 간 실질적인 채권 채무 관계는 없다. 다만 고 씨가 많은 돈을 가지고 고의 부도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남은 돈을 나눠갖자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채권 채무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 씨의 주변 상황을 종합하면 채권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네 사람이다. 이번에 주검으로 발견된 윤 모씨와 정 모씨 외에 두 사람이 더 있다. 한 사람은 고씨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던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전주 사회에서 이름만 거론하면 다 하는 유명한 조폭 출신이다.
이들 네 사람은 한때 고 씨가 제공한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골프를 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 씨가 이들 4명을 친형제보다도 더 우대했다. 자수성가한 고씨는 비교적 조용한 성품에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스타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사태가 악화되자 네 사람은 대출 과정의 약점을 잡고 고 씨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두 번의 납치와 테러
고씨가 예식장 사장을 그만 둔 지난해 초 이후 돈을 요구하는 네 명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이른바 '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과 4월초 두 차례에 걸쳐 납치와 감금을 당했다는 것이 고씨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고 씨가 이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고 이로 인해 과거 모습을 잃을 정도로 초췌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4월초에 일어난 납치 사건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때 윤씨와 정씨는 등 네 명은 고씨를 납치하기 위해 건물에서 나오는 고씨를 야구방망이로 뒷머리를 가격하고 허벅지를 칼로 찌르는 등의 폭행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당초 3월에 있었던 납치때는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납치 후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 형성
고씨는 4월초 납치된 상태에서 10억원짜리와 6억원짜리 등 두 개의 차용증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중상을 입은 고 씨는 차용증서에 서명한 후 풀려났다.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가 형성 됐다는 것이다.
◇고 씨의 최후 선택
그러던 고 씨는 지난 4월 20일 채권자 관계로 형성된 윤씨와 정씨와 함께 사라진다. 고씨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두 죽이고 죽겠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곧바로 고 씨를 찾아 나섰다. 경찰은 윤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실종자로 분류했고 고 씨에 대해서는 조사자로 칭했다. 이런 표현으로 볼 때 경찰은 이미 고 씨가 이 두 사람을 납치해 살해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석 된다.
돈을 요구한 네 사람중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모두 죽이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씨는 최후 죽음을 선택하기 이틀전 유서를 썼고 이를 경찰에 전달했다. 유서에 따르면 돈만 쫓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처절함과 이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복수를 담았다.
◇이후 사건 진행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당사자들이 죽었지만 주변인들은 이와 관련된 남은 인물들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들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고 씨의 가족들은 충격에 빠져있다. 일단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말만하고 있다.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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