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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정보의 금광 캐기 ‘데이터 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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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02 22:03:06 수정 : 2012-05-02 2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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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광고·저비용 선거운동 가능
고용·보험가입때 차별 부작용도
보통사람이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자료 속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상호 관련성이나 다른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을 ‘데이터 마이닝(데이터 광산에서 지식을 채굴하는 일)’이라고 부른다. 같은 업무를 오래한 사람이 경험에서 얻는, 남이 모르는 전문지식도 ‘데이터 마이닝’의 일종이다. 그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며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써먹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경찰의 방범계획이나 정치인의 선거기법에까지 사용되고 있어서 응용통계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한상근 KAIST교수·수리과학
필자가 직접 경험해 본 사례에는 이런 것이 있다. 예전에 집의 욕조가 막혀 마트에서 뚫어뻥과 맥주를 골랐더니 계산대의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어느 것이 먼저인가요’ 했는데,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분의 말은 저녁에 이 두 가지를 사 가는 사람은 운동화나 슬리퍼를 신은 운동복 차림의 남자라는 것이다. 자기는 혼자 살아서 남자가 맥주를 먼저 마시고 일을 하는지, 일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는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계산대 앞에는 초콜릿이나 일회용 면도기가 비슷한 이유로 놓여 있다.

지금은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에서도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는 유명한 실험이 이미 50년 전에 있었다. 그 뒤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 연구가 늘어났는데 이런 것도 밝혀졌다. 직장을 구하려면 알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별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확률상 높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는 약간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 또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상의 다른 측면에는 이런 것도 있는데, 노처녀나 노총각을 더 젊은 사람과 비교해 보면 통근버스를 많이 이용하고 같은 시간대에 같은 지하철 구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날마다 같은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서 인생의 짝을 만날 기회가 급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를 다루고 유용한 정보를 캐내는 능력이 있으면 소비자 집단을 아주 작게 세분화해 영업하는 ‘마이크로 마케팅’이 나타난다. 작은 집단의 취향과 소비 형태를 따로따로 고려한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것이다. 포털 화면의 광고는 이미 접속지역에 따라 다르다.

21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마이크로 타게팅’이라는 유권자 맞춤형 선거전략이 나타났는데 유권자 명부와 기업체가 가진 정보를 결합한 것이다. 선거비용 투입 대비 가격이 싼 지지자가 많은 지역 위주로 돌아다니며 그 지역에 가장 매력적인 공약 한두 개만 내놓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기록과 지역·직업·학력·가족에 관한 자료 등을 합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정치학자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에서 잠재적인 지지자 거의 전부에게 자신의 공약을 알렸다고 보았다. 20세기 선거전에서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지지자의 절반 정도에게만 공약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법이 심화되면 보험회사는 유전자 검사 후 보험료를 매기게 될 것이며, 고용자는 피고용자의 암 발생확률이 높다거나 부모처럼 조기에 사망할 확률이 높을 경우 월급을 적게 받고 승진은 생각하지 말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미국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보험회사가 가입자를 차별하거나 고용주가 채용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4년 전에 발효됐다. 자본과 정치에 수학까지 결합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가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유전자 정보를 감추려고 아파도 병원에서 검사받지 않거나 선거철에 정치인이 우리가 사는 동네는 아예 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한상근 KAIST교수·수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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