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사태의 발단은 구 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의 ‘패권주의’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그동안 정파선거의 고질적인 단면으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조직력을 동원해 미리 결정한 자파 세력들이 주요 당직을 꿰차는 ‘세팅선거’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통합진보당이 총체적 부정을 확인하고도 처벌을 통한 수습을 미적대는 것은 당의 구성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당 지도부는 민노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참여해 공동대표단 체제로 운영돼왔다. 6·3전당대회 당권, 나아가 대권을 놓고 정파별 치열한 세 대결이 예고된 터라, 이번 파문의 결과에 따라 정파의 세가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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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발표 통합진보당 조준호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진상조사 결과를 밝힌 후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일각에서는 부정 경선을 통해 확정된 비례대표 후보 모두(1∼3번, 8∼11번, 13번)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4∼6번 당선자처럼 당이 전략공천을 한 7, 12, 14 번 후보가 승계해야 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이 경우 유 대표(12번)가 원내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당권파가 이번 사건을 참여파의 ‘의도적인 분란’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당권을 놓칠 위기에 처한 당 주류는 “일부 선거 규정 위반을 침소봉대하거나 오독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의 공정·객관·전문성을 부정해 진실 공방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평등파 출신의 한 관계자는 “경기동부연합이 성추행 논란으로 공천을 반납한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에 이어 이석기 당선자 등 3대 브레인 중 두 명을 잃으면서 비례대표 몫을 참여당파에 넘겨주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 밖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이 대표는 사퇴하고 비례대표는 다시 뽑아야 한다”고 당권파를 겨냥했다.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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