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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깎는 경제개혁… 아이슬란드 기적 일구다

입력 : 2012-05-01 21:05:25 수정 : 2012-05-02 10: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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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극복… 4년 만에 도약
“올해는 아이슬란드 최고의 해다.”

인구 32만여명인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아더 에이나르손이 한 말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첫 희생양으로 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아이슬란드가 불과 4년 만에 기적적인 회생의 길을 걷고 있으니 나오는 소리다.

최근 아이슬란드 항해사의 임금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두배 넘게 올랐다. 항해사의 실업률도 제로에 가깝다. 국가 부도의 늪에서도 복지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 남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아이슬란드의 성공을 전했다. 지난해 6월 10억달러의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금융시장의 정상화에 첫걸음을 뗀 후 아이슬란드의 신용등급도 투자 적격 수준을 회복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아이슬란드 신용등급을 BB+에서 BBB-로 상향조정하며, 아이슬란드가 거시경제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행진을 하던 아이슬란드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6%로 추정된다. 

4년 전 아이슬란드의 경제를 놓고 보면 이런 상황은 기적적인 회생이라고 할 만하다. 2008년 아이슬란드 경제 파국은 은행권의 버블에서 시작됐다. 부실 대출과 과도한 해외 차입을 한 은행들은 당시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85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던 은행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은행권의 부채 포함 총자산액은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0배를 웃도는 2000억달러에 이르렀고 실업률도 10%까지 치솟았다. 아이슬란드는 그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지난해 8월까지 가혹한 IMF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전례없는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무너진 은행권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부실 은행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했다. 2008년 10월 아이슬란드의 글리트너, 랜즈방키, 카우프싱 3대 은행은 파산 선고에 이어 국유화됐다. 이듬해 3월에는 스트라우머 부다라스 은행 역시 국유화하며 5개월 만에 주요 4대 은행이 모두 국유화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본 규제, 세제 개혁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는 주택가격의 110%를 초과하는 부채에 대해 파격적인 채무 탕감 조치를 실시했다.

스테인그리무르 시그니손 재무장관은 “우리의 경제 회복 속도는 유럽 내에서도 높은 편”이라며 “때로는 큰 배보다 작은 배의 방향을 돌리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아이슬란드의 은행 파산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에도 아이슬란드 국민들에게는 당시 고통의 여진이 남아 있다. 아이슬란드 국립병원 정신과 전문의인 팔 마티아손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당시 우리는 은행가들에게 분노를 터뜨렸지만 그것은 거울을 보며 ‘내가 그렇게 했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게이르 하르데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의 성공은 경제 위기에 고통받는 유럽국가의 ‘작은 모델’이 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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