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13층 대청마루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축소·은폐 의혹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경찰의 무성의함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드린데 대해 깊이 자책하면서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경찰관의 범죄 대응능력과 시스템을 조속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경찰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관련 책임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겠으며 사건 축소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의 사의 표명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기자회견 30분 전쯤 공개된 사과문 원안에는 ‘경찰청장인 저도 어떠한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사의 표명 문구는 없었다. 조 청장의 입에서 예정에 없던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습니다”는 말이 나왔을 때, 배석했던 참모들이나 대변인실 직원들도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 청장은 “주말 저녁 뉴스 보도를 보면서 ‘벌써 사건 발생 1주일이 넘었는데도 계속 국민을 분노케 만든 경찰의 잘못이 워낙 크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의 표명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혼자서 결정한 것”이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큰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고,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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