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항 나흘 만에 대서양에 묻혀…최악의 비극에 관심 끊이지 않아
세계 곳곳서 유물전 등 기념행사…최근 잔해 위치와 현장사진 나와
갓 건조된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을 향해 처녀 항해에 나섰다. 당시 첨단 과학 기술이 빚어낸 걸작으로 평가되던 이 초호화 유람선은 출항 나흘 만에 빙산에 긁히면서 대서양에 침몰했다. 5만t에 이르는 배와 함께 승객 및 승무원 1500여명이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는 15일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로 기록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가 100주년을 맞게 된다. 타이타닉호는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비극성에다가 호화 유람선이 가져다주는 흥미성, 배와 함께 사망한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우러져 그동안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왔다. 100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만나, 타이타닉호 사고의 원인이 재조명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해양학자 로버트 발라드와 그의 팀이 1985년 타이타닉호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잔해를 뉴펀들랜드에 옮기는 등 일부 유물을 인양했다.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을 맞아 이렇게 인양된 유물 5000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선체 일부와 회중 시계, 여성 의복, 은식기류 등 당시 물건들이 총망라됐다. 이전까지 거래됐던 타이타닉호 기념물들은 해수면이나 생존자로부터 수집된 것들이었지만, 이번에 경매하는 것은 발굴 유물이다. 경매는 미 연방 해양 재판 명령에 따라 각 품목을 낱개로 판매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 낙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오는 15일 낙찰자가 결정된다.
이처럼 관심이 높아지자 유네스코는 지난 5일 유엔의 수중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에 따라 대서양 4000m 심해에서 잠자고 있는 타이타닉호를 수중 문화 유산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타이나틱호는 공해에 침몰돼 어느 나라도 관할권을 주장할 수가 없었지만 유네스코의 이번 결정으로 잔해 약탈과 파괴, 매각 등의 행위가 모두 ‘공식적으로’ 불법이 되게 됐다.
타이타닉호가 출항한 장소인 사우샘프턴에서는 출항날인 10일에 맞춰 시시티박물관(Sea City Museum)을 개관한다. 박물관은 ‘타이타닉: 전설’ 기획 전시전을 연다. 사건 직후 몇 주 만에 제작된 최초의 타이타닉 관련 영화인 ‘밤과 얼음 안에서(In night and Ice)’를 비롯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타이타닉’까지 참사를 주제로 한 5편의 영화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이 상영된다. 타이타닉호의 사진이 실린 우편엽서 등 세계 34개국에서 수집된 기념물 1060여점도 전시된다.
타이타닉호가 건조됐던 북아일랜드 항구도시 벨파스트는 지난달 31일 1억파운드(약 1800억원)를 들여 타이타닉 벨파스트 방문자 센터를 개관하고 뮤지컬 ‘타이타닉’을 무대에 올리는 등 3주간 계속되는 축제를 이달 초 시작했다. 박물관은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뱃머리 모양을 한 6층 높이의 건물 4개로 이뤄졌고 내부에는 타이타닉호의 객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박물관은 사고 당시를 체험하는 ‘침몰관’, 1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연회실을 재현한 ‘입체영상 체험실’, 건조 당시 조선소를 보여주는 ‘발견의 관’ 등으로 이루어졌다.
캐머런 감독이 5년간 200억원을 들여서 만든 타이타닉 3D, 4D 영화도 세계 각지에서 개봉했다.
미국과 영국의 여행사들은 타이타닉호 추모 크루즈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4월10∼15일 타이타닉호와 같은 항로를 따라 여행하는 상품으로 침몰 지점에서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 티켓은 지난해 상품 출시 이후 매진됐다. 여행객 중에는 타이타닉호 침몰로 숨진 희생자들의 후손도 포함됐다.
◆침몰 의문 풀리나
타이타닉호는 선체가 빙산에 부딪히면서 침몰했다. 대형 참사의 원인을 둘러싸고 설이 분분하다. 항해 속도가 빨랐다거나 항해사가 선장 지시를 잘못 들었다는 설도 있고, 근처 캘리포니아호의 경고를 무시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등 다양한 얘기가 아직도 나돌고 있다.
최근엔 지구와 가까워져 영향력이 커진 달(슈퍼문)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한 물리학자는 당시 1400년 만에 달이 지구에 가장 근접했고 달이 지구의 해양 조수간만에 영향력을 크게 미쳤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 당시에는 삭망조(朔望潮·음력과 보름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로, 사고 당일 달도 뜨지 않아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 데다 잔해 위치 지도가 완성되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난달 말 타이타닉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민간연구기관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광학카메라 로봇, 사이트스캔, 수중 음파 탐지기 등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세밀한 부분까지 사진으로 담아 타이타닉호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차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면서 부숴져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잔해물을 추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수백만 달러가 소요됐다.
타이타닉호 잔해들의 위치를 전체적으로 담아낸 지도도 마련됐다. 타이타닉호의 유물 및 잔해 관리업체인 ‘RMS 타이타닉’과 미국 해저지형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자율무인잠수정(AUV) 등을 동원해 5∼8㎞의 범위에 흩어져 있는 선박 잔해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완성했다. 이 지도는 선박 잔해가 흩어진 상태와 해저에 남은 흔적들까지 살펴볼 수 있어 타이타닉호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침몰 당시 타이타닉호의 선미가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회전하며 해저로 가라앉은 것으로 해석됐다.
외신들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타이타닉호의 이미지 재구성을 통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타이타닉호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100년 만에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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