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선 아내가 두 남자와 중혼을 하기도 하고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부인은 집 밖에 첩을 두기도 한다. 아무리 엄격한 관습도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습들이 사라지지 않고 더 강건해지는 일도 있다. 우마이라는 한 여성의 선택이 부른 비극을 보여주는 영화, ‘그녀가 떠날 때’처럼 말이다.

아내의 얼굴에 염산을 붓고, 코를 베고, 산 채로 매장한다 해도 남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오히려 집안의 명예를 되살렸다는 칭송을 받는다. 이때 비난받는 것은 해선 안 될 짓을 한 여자들이다. 자업자득이라는 듯 이 잘못된 관습은 유효한 실정법으로 군림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관습이 외국에 살고 있는 이민 사회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마이의 가족 역시 독일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독일인’처럼 살아가는 게 아니라 더 철저히 ‘터키인’으로 살아간다. 남편을 버리고 떠나온 누이는, 따라서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욕하고 처단해야 할 대상이다. 그들에게는 윤리적 보편성보다 문화적 관습이 더 우선인 셈이다.

‘그녀가 떠날 때’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비교해보면 더 재밌는 작품이 될 법하다. 이란을 배경으로 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는 같은 이슬람 문화지만 이혼이라는 과정이 순탄하게 그려진다. 반면 ‘그녀가 떠날 때’는 독일임에도 이란보다 더 지독한 관습에 지배받는다. 종교가 생활의 방식이자 이데올로기, 정치적 이념인 이슬람 문화는 문화적으로 존중할 만하다. 하지만 그 이념이 ‘여성들’을 해치는 주관적 판단의 무기가 될 때,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이 가슴속 깊은 곳을 먹먹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세상의 모든 관습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닐까? 과연 처음부터 사람을 해하라고 명령하는 이념이 있었을까? 잔잔한 영상과 잔인한 파국이 인상적인 영화, ‘그녀가 떠날 때’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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