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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만물시장… 아련한 추억이 손짓하네

입력 : 2012-03-30 16:59:41 수정 : 2012-03-30 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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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다큐3일 서울 중구 황학동 만물시장은 1970∼80년대 골동품의 메카로 불리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 명성에 걸맞게 도깨비시장, 벼룩시장 등 불리는 명칭만 해도 서너 개 있었다. 그러나 당시 호황을 누렸던 100여 군데의 골동품 상점들은 이제 10군데도 남아 있지 않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중고 가전 상점과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다. 시장은 점점 쇠퇴해 아련한 옛 추억만 되씹게 한다.

1일 오후 10시35분에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 ‘오래된 기억, 황학동 만물시장’편에서는 한때 남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잊힌 만물시장을 소개한다.

황학동 만물시장에서 중고 기타 가게를 운영하는 이봉국(65)씨가 ‘타향살이’를 부르고 있다.
황학동 시장에서 20년째 가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옥년·최정한씨 부부는 매일 어김없이 출석도장을 찍는다. 반평생을 함께 한 가게에는 부부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 있다. 예전에는 직원을 몇몇 거느리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지만 지금은 밥벌이도 버겁다.

중고 냉장고를 청소하던 박옥년(60)씨가 한숨 섞인 혼잣말을 토해낸다. “사람들은 여기가 없어진 줄 알아요. 안 없어졌어요. 절대로.” 왠지 애잔하게 들린다. 손님이 뜸할 때면 직접 기타 연주를 하는 중고 기타 상점 사장인 이봉국(65)씨에게는 ‘아날로그’가 마음의 위로가 된다. “요즘은 디지털시대가 돼서 손님들이 많이 안 와요. 그럴 때 좀 서운하죠. 우리는 영원히 아날로그이고 싶어요.”

그가 즐겨 부르는 곡은 ‘타향살이’다. 노래를 부를 때면 북한에 두고 온 ‘그의 가슴 한쪽’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는 황학동 시장에서 벌써 30년째 중고 기타를 판매하고 있지만 진열돼 있는 기타들을 보면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때 누군가의 보물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들은 낡은 물건이라고 중고 제품을 기피하지만 그는 되레 하루가 멀지 않게 출시되는 최신 기기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처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황학동 만물시장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케 해준다. 진정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뭔지도 통찰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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