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국회의원들이 소속 상임위 유관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부적절한 관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법인이나 단체 명의로는 후원할 수 없지만 개인자격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할 수 있는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편법이 동원된 것이다. 물론 후원자 중에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사람도 있겠지만 상임위 유관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 그렇게만 볼 수 없다.
기업체 후원의 경우 성부그룹 권병국, 한맥중공업 장창현, 대한방직 설범 회장은 각각 새누리당 정병국, 김형오, 권영세 의원에게 500만원을 지원했다. 경동나비엔 손연호, 고려신용정보 윤여국 회장은 각각 민주통합당 정장선, 변재일 의원에게 500만원을 건넸다. 물론 개인 자격이다. 일부 의원은 정당공천제에 따라 자신이 사실상 생살여탈권을 갖고 기초·광역 의원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도를 넘었다. 이러다 제2의 청목회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콜린 크라우치는 2008년에 쓴 ‘포스트 민주주의’에서 정치와 자본의 유착관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대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정당정치 모델로부터 로비와 특정 정책 제안이라는 자유주의 모델로의 이동”이라고 의미심장한 주장을 했다. 갈수록 돈과 정치의 비례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정치권은 크라우치의 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새겨야 한다.
지원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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