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폐기 파동 재연될라"
안보이슈… 보수층 결집만 더 유도

민주당은 최근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자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연일 각종 회의에서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7일에는 한명숙 대표가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이명박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강정마을 주민, 제주도민과 함께할 것”이라는 게 당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문제를 정국 현안으로 키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전략인지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당은 이미 FTA 폐기 카드를 내밀었다가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 공세와 여론의 거센 역풍에 지도부 적전 분열 현상까지 겪은 전력이 있다. 게다가 해군기지 건설은 대표적 안보 이슈라서 자칫 야당의 최대 공격 무기인 ‘정권심판’ 창날만 무디게 하고 보수층을 결집시켜 여당의 ‘국정안정’ 방패만 두껍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참여정부가 시작한 국책사업으로서 각각 명분 있는 찬·반론이 대립하는 등 여러 면에서 FTA와 비슷하다. “괜히 여당이 만든 FTA 구도에 갇혀 최소 5%포인트의 지지율을 까먹었다”는 푸념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인터넷엔 이미 한 대표는 물론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등장하는 ‘야권 인사 말 바꾸기’ 동영상이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2007년 당시 총리로서 정부 입장을 대변했던 한 대표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불가피가 정부 입장”이라는 국회 발언을 부각시킨 바 있다. 여당이 이를 이어받아 “정치불신 현상을 야당이 자초하고 있다”고 말 바꾸기 공세를 벌이며 선거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상황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진보적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당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대 유권자에게 비판받고 야권연대의 걸림돌도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대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은 최소화하는 ‘로키’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근 저서 출간으로 대외활동에 나선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은 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해군기지는) 지금 야권 지도부 대부분 공개적인 찬성을 하거나 지지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데 절차상 잘못인지, 아니면 원칙적으로 잘못됐으니 반성하고 사과할 것인지 명료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도가 중국과 영토분쟁 소지가 있다. 만약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국민은 또 왜 이런 걸 대비하지 않았느냐고 지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정권 임기말이어서 어느때보다 정권심판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 지지성향을 표출하기 쉽지 않은 보수층이 해군기지 같은 안보 쟁점을 계기로 한층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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