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발생, 탑승자 5명 전원이 크게 다쳤는데도 경찰이 인피가 거의 없는 단순사고라며 조기 종결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고축소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4시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공용주차장 출구에서 요금계산을 하고 빠져나온 10수 70XX호 에쿠스승용차(운전자 K씨·70)가 갑자기 급발진, 그대로 40여m를 달리다가 도로변 화단으로 돌진, 높이 28㎝ 정도의 화단 경계석을 부수고 대형 가로수를 들이받은 뒤 가까스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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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현대 에쿠스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은 채 처박혀 있는 것을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다. (운전자 K씨 제공) |
금융기관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운전자는 운전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다행히 에어백 2개가 터지는 바람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탑승자들은 머리와 허리, 팔·다리, 어깨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괜찮은 줄 알고 간단한 치료만 받고 귀가했던 탑승자도 28일 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날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강했던지 운전석 뒤편 뒤 타이어를 제외한 타이어 3개가 파열됐고, 엔진룸 부위가 크게 파손됐다.
그러나 사고를 조사중인 부산진경찰서 교통사고조사관은 “운전자가 과실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가능성도 있는데다 탑승자가 모두 가족이고, 인피가 적어 단순사고로 종결처리하려 한다”는 뜻을 밝혀 축소조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서 40∼50분간에 걸쳐 현장조사를 하면서 급발진 출발지점부터 사고지점까지의 거리도 재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 조사관은 "그날은 차를 빼는게 급선무였고, 거리 같은 것은 나중에 재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인적피해가 적다는 이 조사관의 말과 달리 탑승자들은 모두 머리와 팔·다리 등 신체 곳곳을 심하게 다쳐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상황임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동승자 김모(71·부산 금정구)씨는 “공영주차장을 빠져나온 차가 갑자기 급발진을 하자 운전자가 ‘큰일났다. 브레이크가 말 안듣는다’고 고함을 치는 순간 차가 나는 듯이 달려가 순식간에 나무를 들이받았다”며 “나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안 움직이고, 허리가 아프고 장딴지가 매우 아파 내일 입원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함께 탄 아내도 하루종일 누워있는데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고, 귀가 멍멍해 내일 입원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세원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동승자 김모(70·여·부산 해운대구)씨는 “머리를 3군데나 부딪혀 아파 죽겠다”며 “갈비뼈도 아프고, 오른쪽 어깨도 아프고 전신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상황에 대해 “차가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운전자가 ‘큰일났다’고 했고, 탑승자가 모두 ‘아!, 악!’하고 고함을 치는 순간 차가 쳐 박혔고 차 안에 연기가 피어올라 이젠 죽었다 싶었다”며 “그나마 운전자가 운전을 잘해서 화단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경계석에 부딪치면서 완충역할을 해 살았지 안 그랬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에 사는 동승자 이모(71)씨는 김해복음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부산진경찰서 조사관은 “동승자들이 운전자의 가족”이라고 언론에 밝혔으나, 확인 결과 동승자들은 모두 운전자의 초등학교 동기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교통사고조사관은 27일 오후 본지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 승용차 운전자에게 전화를 걸어 “3월 2일 경찰서에 출두해 추가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해 환자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통상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사고조사관이 병원을 방문해 조사하는 게 원칙이다.
급발진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몸이 몹시 아픈데다 경찰의 출두요청이 오자 “급발진사고사실을 언론에 제보하는 바람에 해당 사고조사경찰관으로부터 보복을 당해 오히려 불이익만 당하는 것 아니냐, 보도를 안 하는게 좋겠다. 과거에도 모 경찰관으로부터 피해만 입은 적이 있다”며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부산서비스센터 고객지원팀에도 이 같은 급발진사고 내용이 27일 오후까지 접수조차 되지 않았으며, 본지의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관계자가 경위파악에 들어갔다.
한편, 출고된 지 9년 정도 되는 문제의 에쿠스승용차는 지난 2004년 11월 25일에도 부산시청 인근 도로에서 급발진 사고가 발생, 수리비 762만원을 삼성화재보험 측이 부담했는데, 당시 운전자 K씨는 현대자동차 측에 급발진사고라고 주장했으나 현대 측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운전자 과실로 몰아붙였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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