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는 29일까지 지역 축협에서 한우 암소 감축 신청을 받는다고 6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육두수 증가로 급락한 한우 값을 안정시키려고 올해 300억원을 들여 한우 암소 10만마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암소 1만3941마리를 감축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농가 신청을 받아 8만6000여마리를 추가 감축할 예정이다. 감축 대상은 외모심사 결과 한우로서 부적합한 암소와 2등급 이하 수소를 출산한 암소, 유전능력평가 결과 하위 10%인 암소 등이다. 감축 대상으로 선정된 암소는 송아지 출산 경험이 없으면 마리당 50만원, 출산 경험이 있으면 30만원의 감축 장려금이 지급된다.
〈세계일보 2월7일자〉
〈세계일보 2월7일자〉
![]() |
전북 남원의 한 우시장을 찾은 농민들이 송아지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소는 음식으로서의 가치보다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농경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들에게 소는 지금의 트랙터와 같이, 있으면 농사에 아주 큰 도움이 되나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농부의 재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소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하게 돼 이제 하나의 음식으로만 의미를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위 기사는 암소의 감축을 통해 한우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의문점들이 가시지가 않는다.
첫째, 일반 소비자들이 정육점에서 느끼는 한우 가격은 아직도 ‘비싸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한우가격이 떨어지면 소비는 늘어나 자생적으로 가격이 조정될 텐데, 정육점에서의 한우는 아직도 서민들이 사기 힘든 고가의 상품이다.
둘째, 한우의 수를 조절하기보다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할 여건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점이다.
한우가 과잉공급이라 하지만 지금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는 항상 우리 앞에 있다. 얼마 전 TV 다큐프로그램을 옮기면 현재 축산농가에서 키운 소가 일반적으로 600㎏ 정도이면 300만원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부위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 계산하면 1근당 3000∼4000원이 현지 가격이 된다. 외국산이든 국내산이든 가격이 비슷하다면 우리네 입맛은 당연히 한우를 찾게 될 텐데, 왜 한우는 항상 비싸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셋째, 쇠고기가 언제부터 우리 식생활의 ‘백미’가 되었는지, 고칠 수는 없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정밀조사를 전제로 하는 앞의 두 문제보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을 통해 우리 식생활을 점검해 보도록 한다.
◆또다시 ‘웰빙’을 제안하며
‘웰빙’이라는 말이 이제는 옛말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먹는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인간은 먹고 마시고 숨 쉬고 살아가기 때문에 먹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채소보다는 유기농 채소를, 육류도 등급이 높은 고기를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웰빙’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웰빙’은 맛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식도락이 아니라 몸에 좋고 환경에도 좋은 음식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전제로 한 문화라 할 수 있다. 입맛만을 좇아 먹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위함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생물학적 욕구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제시문을 참고하면 과거의 소는 번식의 힘을 가진 숭배의 대상이었으나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 가면서는 힘을 얻기 위한 음식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음식문화, 자연과의 공존을 주장하고 있다. ‘웰빙’의 발전적 실현이다.
◆음식문화 성찰의 계기로
현재 지구에서 사육되는 소는 10억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단순히 사람과 소가 하루 먹는 양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소의 생존을 위해 더 많은 곡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1984년 날마다 수천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은 에티오피아는 일부 경작지를 아마인 깻묵, 목화씨 깻묵, 평지씨 깻묵을 생산하는 데 할애했는데, 그 작물들은 가축사료로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수출할 목적이었다.
국민의 굶주림보다 소의 사료가 더 중요했다는 서글픈 현실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다 현실감 있는 사례는 미국인의 25% 정도가 과다체중의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 주요 원인은 동물성 지방의 과잉섭취에 있다는 것이다. 즉, 쇠고기를 많이 먹으면 힘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제레미 리프킨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0억의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으면서 늘어난 지방을 주체하지 못하는가 하면, 다른 10억의 사람들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조차 공급받지 못해 날로 수척해지고 있다.”
비상에듀 논술강사 송남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