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의 관계는 신성하고 친밀했는데, 그것은 두려움과 의존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들은 신의 비위를 맞추고 다산과 풍요의 축복을 받기 위해 소에게 경의를 표시했다. 그들의 의식과 관습은 우주의 힘을 자신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동시에 번성을 누릴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그들은 신성한 번식의 힘을 자신의 존재 속에 합일시키고, 영원한 재생의 주기에 동참하기 위해 쇠고기를 먹었다.
소와의 두 번째 관계에서 인간은 신의 자리를 그들 자신으로 대체하고 소를 조작 가능한 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인간은 소와 자연의 번식력에 대한 지배를 획득했으며, 이 두 가지 모두를 인간의 이성적인 의지에 종속시켰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의 의존에서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창조물과의 신성하고 친밀한 교류를 상실했다. 인간은 자연과 동료 인간들을 지배하는 힘을 얻기 위해 쇠고기를 먹었다.
오늘날에는 인간과 소의 세 번째 관계가 손짓하고 있다.
인간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 선택을 함으로써 이 창조물과의 새로운 계약, 즉 시장과 방탕한 소비의 요청을 초월하는 관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현대식 초대형 비육장과 도살장에서의 고통과 모욕에서 소를 해방시키는 것은 위대한 상징적·실천적인 의미를 지닌 인도적인 행위이다. 또 뿔 제거, 거세, 발정 억제, 호르몬 주입, 항생제 과다 복용, 살충제 살포, 자동화된 도살장의 해체 공정에서의 무의미한 죽음에서 그들을 해방시키는 것은 참회의 행위이다.
또한 그것은 현대인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온갖 피조물들에게 해악을 끼쳤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육식의 종말은 곧 자연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에 관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는 시장의 인위적인 명령만큼이나 자연의 고유한 번식력에서 지침을 얻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 존재의 근원, 즉 양육받을 가치가 있고 관리를 필요로 하는 신성한 창조물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자연은 더 이상 정복되고 길들여져야 할 적이 아니라 인간이 거주하는 근본적인 공동체로 간주될 것이다. 다른 생물들도 더 이상 희생물이나 물질적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며, 자연과 생물권을 형성하는 좀 더 큰 생활 공동체의 협력자이자 참여자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육식의 종말’ 중에서, 2009년 이화여대 논술고사 예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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