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800회 32억원 어치…필리핀 빼돌린 일당 적발 국내 항공사 승무원으로 있는 필리핀인 미모(27·여)씨는 “필리핀에 달러를 전달하기만 해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동료 승무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그는 외화 밀반출 전문가인 루모(59)씨 등으로부터 1만달러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10여 차례에 걸쳐 불법환전된 달러를 필리핀 현지 환전업자에게 전달하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에 거주 중인 필리핀 노동자들로부터 송금을 의뢰받아 달러를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총책임자 루모(59)씨와 항공사 승무원 등 일당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승무원 5명에게는 조속히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루씨는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간 총 2800여회에 걸쳐 수도권, 충남, 경남 등의 필리핀 노동자로부터 약 32억원을 받아 이를 달러로 환전한 뒤 여승무원을 통해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루씨는 송금을 의뢰한 노동자들에게서 회당 5000원의 수수료와 환차익 등을 통해 1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루씨는 “항공사 승무원은 신분이 확실해 ‘배달사고’가 적고, 소지품 보안 검색이 형식적이라는 점을 노려 승무원들에게 용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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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원이 10일 국내 항공사 여승무원 등의 밀반출 거래 내역이 적힌 장부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은 불법 송금대행을 해주는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범행에 가담한 승무원들을 추가로 파악하거나 이들의 여죄를 캐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서지희 기자 g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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