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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디센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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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09 18:16:36 수정 : 2012-02-09 18: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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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하와이 해변의 은은한 분위기 선사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걸작들을 만들어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와의 이혼을 겪고 ‘사이드웨이즈’ 이후 약 7년 만에 ‘디센던트(The Descendants)’를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어떤 균형감각은 타고나 있는 듯 보였으며, 알렉산더 페인만이 가능한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조용한 유머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품 속에 내재해 있었다. 게다가 본 작에서 삶에 찌든 중년가장 연기를 통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지 클루니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곧 개봉되며 사운드트랙 또한 국내 발매를 앞두고 있다.

하와이로 이주해온 백인의 후예인 맷 킹은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광대한 해변 부지의 보증인이다. 또 아름다운 아내와 두 딸을 가진 호놀룰루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이 토지를 리조트 개발용도로 매각시킬 계획을 진행시키는 사업에 열중하던 터라 제대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맷에게 불현듯 비극이 닥친다. 보트 사고로 아내가 혼수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불어 아내에겐 따로 애인이 있다는 사실과 이 모든 걸 자신의 친구는 물론 큰딸까지 알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아연실색한다. 비로소 자신의 가족, 그리고 인생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맷은 관계 회복과 교통정리를 위해 섬과 섬 사이를 넘나드는 여정을 시작한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사운드트랙은 하와이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알렉산더 페인이 직접 고른 일종의 하와이안 명곡 모음집 격인 사운드트랙은 기타를 느슨하게 튜닝하는 방식의 하와이 전통 ‘슬랙키’ 주법의 어쿠스틱 기타연주와 노래를 담은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70년대 하와이안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에 있던 개비 파이누이의 곡 다수와 ‘슬래키’ 기타의 전설인 소니 칠링워스와 케올라 비머, 그리고 랩-스틸 기타 장인 솔 후피의 곡들이 하와이의 은은한 무드를 감싼다. 영화 막바지에 흐르는 마카나의 ‘딥 인 언 에인션트 하와이언 포리스트’의 경우 담담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마도 올해 만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운드트랙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곡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비슷한 편인데 한적한 해변이 떠오르지만 이따금 가슴 뭉클한 순간들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이 훈훈한 음악들에 더불어 작품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유쾌한 수완으로 취급하면서 희극인지 비극인지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줄거리에 잠복해 있는 감상주의의 함정을 교묘하게 회피해낸 연출 또한 현명한 편이었고, 그렇다고 이것을 냉소라 부르기엔 또 너무 따뜻했다. 영화가 더듬는 감정의 궤적은 충분히 친밀했다.

가족의 탄생과 해체, 그리고 회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을 통해 전이되는 인간의 족보는 우리네 삶이 하나의 인류, 그리고 역사의 어떤 조각처럼 인식하게끔 유도한다. 인간의 죽음과 무질서한 인간사의 순환을 인정해 나가는 것이 곧 인생이며, 그런 것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영화는 넌지시 말해준다. 거창한 얘기를 대놓고 하는 감독의 영화는 아니다. 이런 점은 이 영화의 미덕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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