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우스 부자 3대의 얘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원초적 불화를 상징한다. 자신에게 생명을 주었지만 죽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프로이트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이러한 적의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름지었다.
부자의 대결과 갈등은 문학의 가장 흔한 모티브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작가들에 의해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을 정도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SF영화 ‘스타워즈’도 적으로 맞서는 부자의 얘기를 그렸다. 악의 화신으로 은하계를 장악한 다스 베이더(아나킨)가 반역 세력의 중심인 아들 루크와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현실에서도 부자 간 대립의 역사는 유구하다. 특히 권력이 개입될 때 결과는 끔찍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죽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조선조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고,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를 몰아내고 권좌에 올랐다. 부자 사이에도 나눠가질 수 없는 게 권력인 것이다.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도쿄도지사가 아들인 이시하라 노부테루 자민당 간사장과 불편한 관계라고 한다. 이시하라 지사를 비롯한 일본의 보수 세력이 극우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자민당 의원을 빼갈 것이라는 소문 탓이다. 자민당이 재집권하면 총리 후보 1순위인 이시하라 간사장은 “남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총리 자리를 향한 부자의 꿈이 충돌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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