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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은?

입력 : 2012-02-02 15:01:49 수정 : 2012-02-02 15: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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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은 어디일까. 프랑스? 이탈리아? 다 틀렸다. 바로 레바논,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이다.

 중동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 전 고대 페니키아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원래 수메르인들이 만든 와인을 이집트와 그리스에 내다팔던 와인중개상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중해 인근의 레바논, 이스라엘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생산자로 변신한다.

  이들 지역은 길고 건조한 건기와 따뜻한 우기가 특징인 지중해성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당도 높은 포도를 생산하기 알맞은 조건을 가진 천혜의 와인산지다.
 
 특히 이스라엘은 유럽보다 2000년이나 앞선 와인 역사를 자랑한다. 지중해성 기후, 고원, 사막 등 다양한 기후조건과 토양을 갖춰 다양한 포도 품종을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녔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과 5000년이 넘는 와인 제조 역사에 최근 대량 생산설비와 현대적인 제조 방식이 결합돼 이스라엘은 국제 와인업계에서도 이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요 와인 산지로는 기독교의 성지인 갈릴리가 유명하다. 이밖에도 이스라엘 전역에 100여개가 넘는 와이너리들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갈릴리에는 해발 1200m의 골란 고원이 포함돼 있는데 이곳은 높은 고도, 화산토로 이루어진 토양, 선선한 기후 등 이스라엘에서 포도 재배에 가장 최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유명 와인 작가인 휴 존슨은 “갈릴리 고한지대와 골란 고원의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들이 이스라엘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고 격찬했다.

 이처럼 오랜 와인 역사를 지녔으면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여느 평온한 와인생산지와는 달리 골란 고원은 늘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골란고원은 레바논과 시리아, 이스라엘 3개국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의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8년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UN수뇌부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골란고원에서 생산된 야르덴 와인을 보낸 일로 시리아 정부가 UN에 맹렬히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스라엘 와인으로는 ㈜레뱅드매일에서 수입하는 ‘야르덴 까베르네 소비뇽(Yarden Cabernet Sauvignon)’이 유일하다. 야르덴은 골란 하이츠 와이너리(THE GOLAN HEIGHTS WINERY)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골란 고원과 갈릴리를 가로 지르는 ‘요르단 강’을 뜻하는 히브리어 이다. 풀바디의 부드럽고 적당한 탄닌 맛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야르덴 까베르네 소비뇽은 2011년에는 이탈리아 최대 와인박람회인 빈이태리(Vinitaly)에서 그랜드 골드 메달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와인 대회인 C.I.D.V (Challenge International du Vin)에서 3개 부문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각종 국제 와인 대회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레바논도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 좋기로 유명한 와인 산지이다. 기후는 지중해성으로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어 당도높은 포도를 생산하기 좋으며 토양도 비옥하다. 실제로 레바논에서 생산된 와인은 그 수준과 품질을 인정받아 대부분이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레바논 역시 와인의 명성 뒤에는 전쟁의 아픔이 깃들어있다. 1975년부터 시작된 16년간의 내전 때문에 와인생산이 어렵게 됐고 특히 레바논의 주요 와인생산 지역인 바알벡은 내전 지역과 가까워 특히 피해가 컸다.

 레바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샤또 무사르 역시 내전으로 고초를 겪었다. 무사르(Musar)는 아랍어로 ‘경관이 뛰어난 곳’이란 뜻으로 1930년 은행가이자 사업가이던 개스톤 호차르(Gaston Hochar)가 베카밸리 동쪽의 바알벡에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샤또 무사르는 ‘전쟁 속의 와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내전으로 포도밭이 훼손되고 생명을 위협 받는 와중에서도 꿋꿋이 와인을 생산해 1979년 브리스톨 와인페어에서 1967년 빈티지가 ‘Discovery of the fair’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샤또 무사르는 각종 국제 와인대회를 휩쓸며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내전 한가운데서도 와인을 향한 열정을 불태운 샤또 무사르의 역사는 설립자의 두 아들로 이어졌다. 보르도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장남 세르지(Serge)는 1959년 와인메이커로 가업을 이어 받았고 차남 로날드(Ronald)는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마케팅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도밭 면적은 약 130헥타르이며 연간 2만상자의 와인을 생산한다.

 샤또 무사르는 각각 50년 이상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까리냥, 쌩쏘의 세 가지 품종을 조합해 양조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최소 7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가진 후 출시되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하면 20년까지 더 숙성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샤또 무사르 레드(Chateau Musar Red)는 풍부한 체리향과 함께 약간의 스모키 함이 코끝을 자극하며 입안에서 체리와 레드커런트, 석류 등의 과일 맛, 계피와 육두구 등의 향이 조화를 이룬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적절한 산도, 견고한 구조감이 뛰어난 와인이라는 평이다. 

 7년간의 기다림 끝에 탄생하는 샤또 무사르는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30년간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타이방(TAILLEVENT)에서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전설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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