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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팝아트 접목… 이미지속 진실 읽기

입력 : 2012-01-16 20:24:52 수정 : 2012-01-16 2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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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서 3월11일까지 ‘폴리팝’展 여는 천민정 작가
오바마·독도·신자유주의 등 이미지에 담긴 사회 현실 통찰
윤색통해 유쾌하게 꼬집어
현대인은 미디어 이미지로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간다. 단순 정보전달 차원의 범주를 벗어나 생활 지배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지구촌 전쟁이나 자연재해조차도 수많은 이미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게임속 한 장면에 가깝다. 게다가 허구가 실제로 둔갑되기도 하고, 사회적, 정치적 역학관계가 반영된 이미지로 가공되기도 한다. 이미지가 곧 현실이 된 세상이다.

작가와 오바마의 초상이 등장한 작품 ‘Yes, We Can! Obama&Me’(Digital painting, 152.4×243.8㎝)
천민정(39) 작가는 그런 이미지들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들을 읽어 내려 한다. 전(全)지구적 커뮤니케이션시대에 넘쳐나는 대중문화정치, 대중정치문화 현실에 대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폴리팝(Polipop)’을 주제로 3월 11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그는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다. 지난해 가을 이화여대 교환교수로 왔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유일한 한국인입니다. 거기다 여성이지요. 남편이 유대계 미국인이라 종교도 유대교입니다. 이중 삼중으로 소수자인 셈이지요. 변경의 소수자들이야말로 당대의 은밀한 정치적 주파수를 잡아낼 민감한 감수성을 지녔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뛰어난 프랑스 철학자 가운데 본국보다 알제리 출신이 많지 않습니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자’들이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지 콜라주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천민정 작가. 그는 난무하는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진본’을 경쾌하게 보여주려 한다.
폴리팝은 ‘폴리티컬 팝아트(Political Pop Art)’의 줄임말이다. 달달한 막대 사탕인 롤리팝(Lollipop)처럼, 정치적 이슈라 해도 딱딱하기보다 달게 풀어내겠다는 의도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마오쩌둥 이후 정치와 팝문화의 대표 아이콘인 오바마를 위한 ‘오바마 방’, 21세기 중국의 시대에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비롯하여 남북관계, 한국과 중국, 중국과 아시아와 서양의 관계를 주제화한 ‘독도의 방’,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내재된 문제점들을 다이아몬드 광채로서 은유해 비판한 ‘다이아몬드 방’이다.

오바마와 작가가 서로 등을 맞댄 모습의 작품 ‘우린 할 수 있어! 오바마와 나’는 2차대전 당시 미국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이다. 팔뚝의 알통을 자랑하는 여성 포스터에선 당시 징집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을 공장으로 불러내고자 한 의도가 읽혀진다. 작품은 동양인으로서의 작가와 흑인으로서의 오바마에 주어지는 압력들을 넌지시 드러내 준다.

“저는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요. 다양한 이미지들을 채집해 나만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미지 콜라주라 할 수 있다.

그는 독도 문제도 건드린다. “영토가 한 국가 정체성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도문제도 한·일관계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는 한 방문자의 입장에서 독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에게 독도가 한·일간 다툼으로만 보이는 것에 대한 저항일 수 있다. ‘진본’이 아닌 정치적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강력한 환기이기도 하다.

김정일이 포켓몬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2004년에 제작된 영화 ‘미국팀: 세계 경찰(Team America: World Polic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희화화한 아이콘으로 미국 언론에서 김정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했다.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도 꼬집는다. 콘텐츠가 없는 TV 프로그램, 특히 리얼리티 쇼들이 달성시키는 허구적인 경쟁심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서구와 아시아의 정치 사회적 현실문화를 대중적 이미지를 통해 통찰하고, 비트는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 경쾌한 지적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02)737-7650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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