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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
특히 그와 함께 공부했고 이슬람 문명의 권위자로 일찍 세상을 뜬 마셜 호지슨을 기억한다. 맥닐은 문명사에서 이슬람의 역할을 크게 주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사는 서로 다른 문명권의 씨줄과 날줄과도 같은 관계망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세계 역사 연구는 바로 이와 같은 학문적 성찰에 기초해서 다양한 문명권과 지역의 역사가 서로 어떻게 얽혀서, 하나의 인류사를 만들어내는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발전한다. 세계사란 여러 나라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망을 구축하고 이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윌리엄 맥닐은 이와 같은 오늘날의 세계사 연구에 초석을 놓은 학자인 셈이다.

인류학, 지리학, 문명학, 인문 역사 등의 여러 분야에 걸친 지적 역량을 하나로 묶어 서구 문명의 발생 기원에 대해 탐색하고 이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마치 대하소설처럼 써내려간 그의 학문적 솜씨는 읽을 때마다 경탄한다.
최근에 문명 역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윌리엄 맥닐의 이 책이 번역되어 우리 사회의 문명사 지식에 크게 기여한다면 우리의 문명 담론의 차원도 사뭇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문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혀지도록 써진 탁월한 문명사 개론이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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