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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명배우가 까발린 불륜

입력 : 2011-12-24 04:14:35 수정 : 2011-12-24 04: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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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씨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이며 최고의 문화예술인으로 불려도 된다. 74세라는 적지 않은 연륜에도 여전히 수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최근 출판 쪽에도 관심이 높아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을 냈다. ‘청춘은 맨발이다-신성일 Life Story’ 제목의 자서전을 내놓아 ‘스타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책은 강신성일 전 국회의원의 호방함과 남성다움, 매력을 한껏 발산해놓은 자기 고백서다. 1960∼70년대 영화 팬들에게 한없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현대 충무로 영화사라고 할 만하다. 5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110여 명의 최고 여배우들과 짝을 이룬 강 전 의원에 필적할 남성 배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특유의 솔직함, 로맨티스트 같은 소프트 터치로 ‘불륜’을 포장하고 있다. 남들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흔한 속설을 입증하는 것 같다. 심지어 상대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낙태하고 교통 사고사를 당했다고 당당히 밝힌 대목에선 아연실색하게 한다. 고인은 물론 그 가족의 명예까지도 배려해야 하는 위치에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대놓고 까발리는지 의아해진다. 충무로에선 ‘신성일이기에 이런 농밀하고 내밀한 얘기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용기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말대로 잘생기고 멋있고 똑똑하니 이 정도 연애는 상식으로 통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명배우이자 수많은 남성의 ‘멘토’로 추앙받는 분의 자존심 내지 윤리관이 이 정도인지, 남을 배려하며 살았다는 분이 이런 내용을 공개해 스스로 주책바가지라는 비판을 들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세월의 공허함을 메우려 한다거나 대중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목적이라면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강 전 의원의 행보는 동시대에 사는 영화 애호가들이나 광팬들에게 윤리적 충격 내지 엄청난 허탈감을 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보면, 돈 내지 권력깨나 잡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이중 인간’들에게, 떳떳히 고백하라고 던지는 ‘파격’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순재씨가 생각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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