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는 특유의 솔직함, 로맨티스트 같은 소프트 터치로 ‘불륜’을 포장하고 있다. 남들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흔한 속설을 입증하는 것 같다. 심지어 상대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낙태하고 교통 사고사를 당했다고 당당히 밝힌 대목에선 아연실색하게 한다. 고인은 물론 그 가족의 명예까지도 배려해야 하는 위치에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대놓고 까발리는지 의아해진다. 충무로에선 ‘신성일이기에 이런 농밀하고 내밀한 얘기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용기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말대로 잘생기고 멋있고 똑똑하니 이 정도 연애는 상식으로 통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명배우이자 수많은 남성의 ‘멘토’로 추앙받는 분의 자존심 내지 윤리관이 이 정도인지, 남을 배려하며 살았다는 분이 이런 내용을 공개해 스스로 주책바가지라는 비판을 들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세월의 공허함을 메우려 한다거나 대중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목적이라면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강 전 의원의 행보는 동시대에 사는 영화 애호가들이나 광팬들에게 윤리적 충격 내지 엄청난 허탈감을 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보면, 돈 내지 권력깨나 잡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이중 인간’들에게, 떳떳히 고백하라고 던지는 ‘파격’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순재씨가 생각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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