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유예 얻어내기 외교력 집중 미국 의회가 15일(현지시간) 이란 제재법안(국방 수권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한국에 작지 않은 외교적·경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되, 유가 및 경제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유예 인정에 외교력 집중
정부는 이번에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의 ‘유예’(waiver) 및 ‘예외’(exception)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에 따르면 유예는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적 이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예외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유예는 원유, 비원유 구분없이 모든 항목에 적용된다.
‘예외’는 어떤 금융기관이 ‘의미있게 거래를 축소한 경우’에 대통령이 재량권을 발휘해 예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는 원유에만 해당된다. 유예는 120일마다, 예외는 180일마다 대통령이 판단하는데, 두 경우 모두 횟수 제한이 없는 만큼 무제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등의 에너지 수급 문제는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사안이 아니냐는 논리를 편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이날 미 의회의 제재법안 통과에 맞춰 미 행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제재방안에 호응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한 것도 유예 조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외교부는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국방수권법안이 18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행정부가 국제유가 수급 상황을 감안해 법안 발효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이 법안이 곧바로 국내 원유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유예’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상당한 양의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이 불가피한 ‘예외’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활을 걸고 치열한 대미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원유업계 바짝 긴장
국내 경제계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원유 수입 관련 내용을 배제한 대이란 추가조치를 발표했으나 미국이 강도 높은 제재를 요구할 가능성이 여전해 안도할 수만 없는 형편이다.
정유업계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원유 수입선을 당장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이란산 원유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산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입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산 원유가 수입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이란에서 들여온 원유는 작년 연간 수입량을 넘어선 7423만4000배럴로 전체의 9.6%에 해당한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정부가 구매 ‘주의’를 당부했으나 업계는 표면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종합상사들은 대이란 교역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종합상사를 통한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거래규모는 올해 16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중 삼성물산이 6억달러로 가장 많다.
이란 제재법안의 직접 영향권에 있지는 않지만 건설·기계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동은 우리나라 건설장비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지역인데, 이란 제재 파장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오만과 이란 사이에 놓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통과하고 있다.
박창억·김준모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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