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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민주·산업화 과정 내면의 동력 역할”

입력 : 2011-12-14 02:53:42 수정 : 2011-12-14 02: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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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역사의 공간과 기억의 역사’ 심포지엄
지난 12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한신대(총장 채수일)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단의 ‘역사의 공간과 기억의 역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관한 한국학진흥사업의 일환으로 ‘현대 한국사 발전의 내면적 동력을 찾아서―민주화를 이끈 종교인의 구술자료 수집과 연구’에 대한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개인의 구술을 바탕으로 한 역사 해석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역사 인식의 한계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하지만 기독교의 행태에 대한 반성과 함께 노동현장에 뛰어든 산업선교 등 흥미로운 시각들이 눈길을 끌었다.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선 삼육대 이국헌 교수는 “양화진, ‘기억의 터’로서 교회사적 의미”라는 논문을 통해 기독교 배타주의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할 수 있는 기독교 성지로서의 역사 공간을 조명할 때 양화진 외국인묘지는 장엄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기독교 성지이자 민족사적 유적지라는 공익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양화진 외국인묘지는 그 소유권과 관리권의 주체 문제로 상당한 논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억의 터’로서 양화진은 소유권 논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기독교적 배타주의의 상징공간으로서의 의미는 물론이고 그 부지 선정과정에서 선교사들의 특권주의적 요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국헌 삼육대 교수      김명배 숭실대 교수 박양식 한신대 연구교수 연규홍 한신대 책임연구원

그가 말한 선교사의 특권의식과 배타주의의 갈등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소유권을 두고 외국인 선교사 자손들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사업협의회 간의 해묵은 다툼을 이른다. 조선 말기인 1890년대 고종 이후 외국인 선교사들이 묻히는 묘지는 1985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묘지 소유권자로 등기돼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최초 선교사인 언더우드의 4세손 피터 언더우드가 대표로 있는 경성구미인묘지회는 소유권을 주장했고, 법원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교단 간 싸움으로까지 번진 이 사태에 대한 법정 공방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어 숭실대 김명배 교수는 운동권 등에 의해 평가절하된 산업선교로서의 노동운동의 내면적 가치를 점검했다. 김 교수는 ‘기억의 역사로 본 영등포산업선교회의 노동운동’이란 발표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산업선교의 선봉에 섰던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선교회를 이끈 인명진 목사의 구술을 연구했다. 그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노동운동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정체성을 지닌 보수적 운동이었다”면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만을 고쳐 준 것이 아니라 이를 사회 문제화해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토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박양식 한신대 연구교수는 ‘해외 민주인사의 구술로 본 한국민주화운동의 성격: 인문지리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발표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의 스케일(규모)을 세계적 수준으로 확대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은 세계 교회기구와 기독교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연대를 얻었다는 사실은 한국 땅에서만 이루어진 국내 역사가 아니라 한국인과 세계인이 함께한 세계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단 연규홍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한국현대사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연구발표는 종교가 우리나라의 민주화·산업화 과정에서 내면의 동력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앞으로 ‘현대 한국사 발전의 내면적 동력을 찾아서―민주화를 이끈 종교인의 구술자료 수집과 연구’ 성과를 집약한 연구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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