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DIA 음지서 임무 수행… 사이버戰 대비 통합부대 논의도
군사정보 전문인력 확보 급선무… 전문가 “합법적 통제·감독 필요”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정보기관들이 국익을 위해 국경 없이 활동하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특성상 이들의 빛과 그림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정보기관 요원들은 잘해도 자랑할 수 없고, 실패하면 그 비난이 매섭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이들에게 이는 어쩌면 숙명이다. 정보전쟁의 최전선에 나선 우리 군 정보기관들을 살펴보고 이들이 나아갈 길을 고민해본다.


지난 9월 기무사령부 요원들이 조선대 기광서 교수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제기됐다. 군 검찰의 수사로 해킹을 지시한 광주·전남 610기무부대 요원들과 이들을 도운 서울 송파 210기무부대 요원들이 구속됐다. 기무사 사상 처음으로 부대가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9년 경기 평택 쌍용차 파업 관련 집회 현장에서 기무사 소속 대위가 시위대에 붙잡혀 동향 파악 내용이 담긴 수첩과 동영상이 공개된 일도 있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1억2600만원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대해 군 법무관 출신 최강욱 변호사는 “과거에는 사찰이 정보기관 힘의 바탕이었고,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합법적 통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 정보기관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기무사는 지난 4월 공군대학 교수인 예비역 대령이 미국 방산업체에 취업해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 전시 합동방공전력 운용계획 등 2∼3급 군사기밀이 유출된 것을 밝혀냈다. 2009년에는 국방 관련 연구기관장이 군사기밀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밖에 흑금성 사건, 위장탈북간첩 원정화 사건 수사 등 본래의 방첩 기능을 발휘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기무사는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며 방첩 전담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육군 특무부대로 창설됐다. 1977년 10월 3군 보안부대를 통합해 국군보안사령부가 출범한 뒤 한때 군 권력의 산실로 불리다가,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 이듬해인 1991년 쇄신 차원에서 현재의 국군기무사령부로 재편됐다. 현재 기무사령관(중장) 밑에 5000여명의 요원이 전국 사단·여단급 이상 부대에 배속돼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기무사의 존재 이유는 군사기밀 유출 방지, 군 내부 불순세력 색출에 있다”면서 기무사 본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국방정보본부(DIA)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통상 777(스리세븐)사령부로 불린다. 국방부 직할부대로 중장이 본부장을 맡는다. 군사 관련 영상·인간·기술·신호 등 각종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존재조차 비밀이었던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최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전장에서 지리정보가 중요해지면서 지난 7월 DIA 산하에 150여명 규모의 국방지리정보단이 창설됐다. 0.5m급 상용위성 지도, 1m급 아리랑위성 영상 등을 계약을 통해 확보하고, 북한의 주요 전략시설과 지형 위성촬영 사진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한다. DIA 산하에는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첩보부대 국군정보사령부(KDIC)도 있다. 대북 비밀공작 등이 주로 이 부서에서 이뤄진다.
군은 작년 1월 창설된 사이버사령부를 지난 7월 DIA 산하조직에서 국방부 직할부대로 변경했다. 미래 전장인 사이버전에 대비한 조치다. 그러나 사이버사령부는 현재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1000여명의 부대원이 있지만, 청사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여러 곳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국방부 산하에 사이버 특수부대로 합동사령부를 창설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적대세력의 네트워크를 침투·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서 보듯 사이버전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원의 사이버안전센터와 군 사이버부대를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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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요원들의 조선대 교수 이메일 해킹 사건이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비화된 가운데 권태석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과장이 10월31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정보기관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 작년 한·미 연합훈련 당시 미국 측 선임단장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치명적 취약점으로 군사정보 전문가 부족을 꼽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은 숙련된 군무원이 65%, 연합사 미국 측 정보인력은 58%에 달하지만, 우리측 DIA는 24%, 정보사는 1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보기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한 직보는 자극적인 정보를 생산하고자 하는 유혹을 부른다”며 “이를 막으려면 최고통수권자가 의지를 분명히 하고 관련 법을 재정비하면서 적법 절차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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