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53·사진)는 대검찰청 부장검사,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 국방부 법무관 등 검찰과 군을 거친 군 수사·정보 분야 전문가다. 그가 쓴 ‘국가정보학원론’과 ‘국가정보’는 정보기관 임용시험 필독서로 꼽힌다. 지난 12일 동국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군 정보기관의 나아갈 길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가정보는 많은 비밀을 요구하지만 법적 통제가 있을 경우에만 지속성과 체계성, 책임 있는 국가정보 생산이 가능합니다. 선진국 정보기구는 이미 이런 교훈을 얻어 최고통수권자의 흥미를 위한 정보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군사정보기관은 정보의 칼끝이 적대 군사세력을 향하는 것이 원칙이고, 군 내부 방첩 문제나 간첩에 지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 정보기구의 지향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군내 방첩기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자생적으로 불만세력이 생겨나 자국에 대한 불만이 적국에 대한 흠모로 바뀌는 동조세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테러 영역에서 이러한 지도자 없는 저항자, 1인 세력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앞으로의 임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보기구 개편과 관련해 각 군의 특색을 살릴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각 군별로 정보기구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해군, 신속성을 바탕으로 하는 공군, 많은 인력과 자산이 강점인 육군, 다른 부대원이 접근할 수 없는 현장 정보와 공작 맨파워를 갖춘 해병대에 이르기까지 그 특색이 있죠. 우리 기무사는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미군의 편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 정보기관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공개’와 ‘민주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안보 전문가 양성을 시급한 당면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가안보, 국가정보에 대해 심도 있게 교육해야 한다”며 “정보기구 종사자들에 대한 외부인의 교육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군 정보기관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비밀로 하면 국민이 의심합니다. 그들이 지킨 비밀이 훗날 진정한 국익과 연결된 것으로 판명돼야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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