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에 대한 성찰 따위는 없고, 그저 쾌락 속에 빠져드는;인간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

‘붉은 바캉스’는 6년 동안 지속되어 온 남편과 내연녀의 외도에 대한 아내의 복수를 그린다. 희래(안지혜)는 유부남 태묵(조선묵)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희래는 그와 처음으로 바캉스를 떠날 계획에 마냥 행복해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아내 복순(이진주)은 무주의 한 펜션에 남편을 감금시키고 희래를 그곳으로 유인한다.
‘도쿄 택시’(2010)를 연출한 김태식 감독은 실험적인 영상과 인물의 희화, 극단적이고 과도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외도라는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쾌락을 좇은 유부남에게 성기 절단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블랙코미디에 애로를 얹은 작품으로, 무시무시한 설정조차 짓궂은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다. 안지혜와 조선묵이 보여주는 정사장면의 노출 수위가 상당하다.
‘검은 웨딩’은 선생과 제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다. 수지(오인혜)는 자신의 은사이자 수년간 연인관계였던 그(조선묵)에게 주례를 부탁한다. 마뜩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제자의 결혼 주례를 수락한 그는 막상 수지가 신혼여행을 떠나자 상실감과 절망에 허덕인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줄 알았던 수지가 그의 거처로 돌아오고, 둘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이때 수지의 남편이 이들을 찾아온다. 수지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현실)와 교수(쾌락) 사이를 오가는 여자다. 쾌락을 좇지만 절대 현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캐릭터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식 레드카펫 때 가슴선이 거의 다 드러난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끌었던 오인혜가 전라로 연기한 정사 장면이 있다. ‘학생부군신위’(1996), ‘산부인과’(1997)를 연출했던 박철수 감독이 ‘녹색의자’(2004)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극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박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상의하면서 “영화의 엄숙주의와 형식주의를 깨고 싶다”고 얘기한다. ‘검은 웨딩’은 그런 철저한 의도 아래 만들어진 영화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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