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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고려불화의 질감으로 표현한 우리 산야

입력 : 2011-12-06 00:57:03 수정 : 2011-12-06 0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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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현 작가 2012년 2월까지 초대전
닥죽 건조시켜 캔버스에 붙인 뒤 고려 불화의 건식 기법으로 채색
“주장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내 작품으로 휴식 주고 싶어”
가장 한국적인 작업기법으로 우리의 산야와 기물을 그리는 작가를 꼽으라면 전병현(54)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것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한 보편적 임팩트를 구현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의 90% 이상은 바탕으로 승부수를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려불화의 질감, 그리고 한지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캔버스에 한지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한 전병현 작가. 그는 파리 유학시절부터 전통 습식벽화(고구려 고분벽화)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그림 바탕을 만드는 데 활용해 왔다.
그의 작업은 재료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지장인 류운영 옹으로부터 닥죽(한지죽)을 구해 와, 이미 만들어 놓은 나무나 꽃 등이 새겨진 석고틀에 붓는다. 건조된 후 틀에서 분리시키면 마치 뻥튀기 과자 모양이다. 이것들을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 작업이 이어진다. 황토 흙으로 이어붙인 틈을 메우면 작업은 종반으로 이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돌가루와 수용성 안료를 섞어 칠을 하게 된다. 물감이 흡수돼 번지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습식기법과 더불어 보다 정교한 채색작업은 고려불화 기법을 쓰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그 아래 야생화가 어우러진 풍경.
곰팡이나 좀이 슬지 않도록 뒷면에 쪽물이나 옻칠을 한 비단천에 회를 바르고 그 위에 화려하고 섬세하게 채색한 고려불화의 건식기법 적용이다.

“작업과정에서 습식과 건식 기법을 적절히 혼용하고 있습니다. 한지(닥죽)는 벽화의 바탕에 들어가는 볏짚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지요.”

그의 작품 소재는 우리의 자연이다. 백자 같은 우리의 기물들도 단골로 등장한다. “저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추구했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백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조선 청백리 박수량이 죽자 임금이 비석으로 백비를 내려주기까지 했을까요. 조선백자의 유백색이 바로 그런 색이지요.”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간재 전우의 후손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평상시에 산과 들을 가까이 하며 지낸다. 지리산 임도를 걷기도 하고 인근의 섬진강과 경호강에서 은어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일종의 소요유다.

“작품은 통해 거창한 무엇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장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휴식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도시에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혹시라도 자그마한 공감대가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것이 작가로서 작은 소임이라 생각한다.

요즘 그는 초상화 작업에도 열중이다. “같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탐구라고도 할 수 있지요. 유명인보다 제 주변의 사람들 표정을 담아 전시회도 가질 예정입니다.” 그는 그것들이 자신의 자화상 조각들이라 했다. 내년 2월10일까지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선화갤러리 초대전. (02)2002-7777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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