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편과 함께 가요프로그램 수도 크게 늘었다. ‘뮤직뱅크’ ‘쇼!음악중심’ ‘인기가요’ ‘엠카운트다운’ 기존 4개에 ‘뮤직 온 탑’ ‘쇼! K뮤직’ ‘K-팝콘’ 3개가 추가됐다. 설 자리가 많아졌지만 프로그램 편성 요일이 겹치는 만큼 눈치 보기도 심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차라리 가요프로그램 편성이 겹치는 쪽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의 가요프로그램이 4개가 있지만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오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기 있는 가수는 수월하겠지만 신인을 비롯해 인지도가 낮은 가수들은 무대에 한 번 서는 것조차 만만치가 않다. 종편채널을 통해 가요프로그램이 생기면 그만큼 설 자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숨통이 트일 거라는 기대감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편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 기존의 채널과 종편 채널은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하루 한 개 이상의 가요프로그램이 편성될 경우 가수들은 양측의 눈치를 봐야한다. 양측에서 출연제의가 왔을 때 선택의 문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가요프로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채널은 JTBC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25분에 ‘뮤직 온 탑’을 편성, 같은 날 오후 6시에 시작하는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맞붙는 것. MBN과 채널A는 각각 ‘쇼! K뮤직’(오후 7시)과 ‘K-팝콘’(오후 10시30분)을 MBC ‘쇼!음악중심’(오후4시)이 방송되는 토요일로 편성했다.
목요일은 겹치기 출연이 불가피하겠지만 토요일의 경우 사전녹화를 비롯해 스케줄을 잘 운용하면 세 프로에 모두 얼굴을 내비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종편채널 무대에 오르는 순간 지상파의 심기를 건드려 출연명단에서 사라질 수 있다. 이는 중소 기획사나 신인들의 경우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눈치 보기’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중복편성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가수가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선 오전에 메이크업 및 무대의상을 체크하고 정오부터 리허설에 돌입한다. 이후 오후 생방송 무대에 오르게 된다.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때문에 가요프로그램이 특정요일에 몰려야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기 편하다.
인기아이돌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날은 목금토일이고 월화수 중에 다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만약 종편 채널 가요프로가 월화수 중에 편성됐다면 스케줄 문제로 난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수들이 예능, 연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이는 중요한 문제다.
종편채널 가요프로그램을 보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K팝콘’은 매주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선정, 1~3위 세 팀의 미니콘서트를 진행하는 구성이라 여러 가수를 섭외할 필요가 없다. ‘쇼! K뮤직’은 다양한 방법과 형식을 동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기대를 모은다.
그렇다고 해도 관계자들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댄스 위주의 아이돌가수라면 모르지만 타 장르가수나 인디신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채널이 신설되면 급선무는 시청률 확보다. 잘 나가는 스타들 위주의 섭외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장르의 다양화보다는 현 기득권 기획사와 가수에게 러브콜이 쏟아질 거라는 전망이 부정적인 의견의 주요 골자다. 한 가요관계자는 “종편이 다양성보다는 연예권력과의 결탁일 가능성이 높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소위 '없는 가수'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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