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대 英대사관 습격

영국 국기 탈취… 불태워
직원 6명 한때 인질…英 “용납 못해” 성명

반(反)영국 시위를 벌이는 이란 대학생들이 29일(현지시간) 이란 주재 영국대사관 건물에 잇따라 난입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청년 300여명은 이날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영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이 중 수십명이 영국 대사관에 들어갔다. 시위대는 대사관 정문 위에 올라가 영국 국기를 내려 불태우고 그 자리에 이슬람기를 내걸었다.

또 사무실을 뒤져 외교 서류들을 창밖으로 던졌고 대사관 바깥에 있던 시위대는 유리창으로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대사관 밖 시위 진압 경찰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란과 서방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방송에서는 한 학생이 대사관에서 약탈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화를 들고 건물을 올라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영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대사관 본관에서 북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다른 영국 대사관 건물도 습격해 대사관 직원 6명을 인질로 잡았다. 로이터통신은 인질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에서 “대사관에 수많은 시위대가 난입해 파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시위대가 대사관 건물을 침탈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강하게 비난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란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외교관을 보호하고 상황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란 관리들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 대사관 난입 사건은 정부와 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란 학생들의 시위는 이란 의회가 영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에 반발해 영국 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한 다음날 벌어졌다. 앞서 영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이란에 추가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정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