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총리, 아랍권 순방 협력 약속 ‘아랍의 봄’ 이후 아랍지역이 혼란한 가운데 유럽에 있는 이슬람 국가 터키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2011년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라 있을 정도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중동을 잇는 중간에 있다.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이다. 터키는 인접 국가들과 문제를 만들지 않고 실용외교를 펼친다는 ‘제로 프라블럼’ 외교원칙 아래 서방국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랍권에도 신임을 잃지 않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아랍권 민주화에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는 나의 형제들인 당신들에게 빵과 물 같은 기본권”이라며 지지를 나타냈다. 지난 9월에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 민주화혁명이 성공한 나라들을 순방하며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유럽국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아랍국들이 이슬람 교리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것과 달리 터키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아랍 국가들에 새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8년 전 민주 선거로 선출된 에르도안 총리는 그동안 기록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종교인 이슬람과 정치체제인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
튀니지가 민주화혁명을 성공한 뒤 터키를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튀니지 정치 원로는 “터키는 이슬람과 현대의 성공적인 합성”이라고 칭찬했다. 지난달 튀니지 선거에서 제1당이 된 ‘엔나흐다’도 “국가발전을 위해 터키 모델을 지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랍의 봄’을 시작한 튀니지가 혁명에 성공한 다른 아랍 국가들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튀니지의 ‘터키 모델’ 선택은 의미가 작지 않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랍 국가들이 종교로서의 이슬람교가 민주주의와 공존하는 법을 찾게 된다면 터키와 같은 민주주의 속에서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귄터 페어호이겐 전 EU 집행위원회 기업·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한 아랍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와 터키가 함께 ‘아랍의 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터키는 아랍 지역에 접근성과 이해도가 높고, 유럽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로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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