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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냉기 여전한 ‘아랍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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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28 00:42:46 수정 : 2011-11-28 00: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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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몰아낸 ‘민주화 바람’ 부족·종파갈등에 물거품 위기
종파간 분쟁 정권의 미숙함탓…튀니지·리비아·이집트 등 혼란
반정부 시위·유혈사태 이어져…시민 경제적 욕구 충족이 관건
‘아랍의 봄’이 찾아왔지만 한겨울 냉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수개월째 시위가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 자유를 억압하던 독재자들을 몰아낸 국가들도 혼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꽃이 피는 진정한 봄이 되기까지는 시간의 노력이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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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혼란

지난 2월20년 집권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낸 이집트는 최근 ‘두 번째 혁명이 시작됐다’고 할 정도로 혼란이 극심하다.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전역에서 시위가 다시 번지고, 군부가 강경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사망자는 40명을 넘었다. 26일에는 경찰 차량이 카이로 시내에서 연좌시위하던 19세 소년을 들이받아 사망케 했다.

시민들은 무바라크 시대부터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군부가 물러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가 이집트 주민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3%가 민주화 시위로 얻어낸 것을 군부가 역행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군부는 강경시위 진압을 사과하고, 28일 예정된 총선투표기간을 이틀로 연장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선거가 평화적으로 치러질지 전 세계가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리비아는 24일 압델라힘 알 키브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 내각을 공식 출범시켰다. 하지만 카다피 축출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사라진 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인종·부족·지역 간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자위야 지역 민병대와 와르세파나족 간 전투가 벌어져 10여명이 숨졌다. 내각명단 발표 후에는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소수민족 베르베르인과 사하라 남쪽 투부인은 민주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민의 요구와 국제사회 압력에 굴복해 면책받는 조건으로 권력을 부통령에게 넘겼다. 하지만 국민은 살레 대통령의 면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이 계속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도 있다. 그의 아들과 조카 3명은 군부와 정보기관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어 대통령 반대세력과 치열한 권력다툼이 예상된다. 야당세력 간에도 지역과 종파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시리아는 반정부 시위와 유혈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군대를 조직하면서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했다.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시민들의 민주화 바람을 막았던 바레인은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이 반정부 시위에 대한 과잉진압을 인정하고 개혁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가장 먼저 민주화를 이룬 튀니지는 10월23일 20여년 만에 첫 자유선거를 치르고, 지난 22일 제헌의회가 개회했다.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요소는 잠재해 있다. 제헌의회 선거는 당초 7월이었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10월로 연기된 바 있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 등 시민은 ‘국민이 의회를 지켜보고 있다’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아랍의 봄’이 어려운 이유

민주화 시위 이후 아랍지역 혼란의 원인 중 하나는 새로 들어선 정권의 미숙함에 있다.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에서는 신참 정치인과 학자들이 교육, 빈곤, 문민사회 건설 등에서 비현실적으로 높은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새 정부가 시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아랍의 봄 성패는 새 정부가 국민의 경제적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의 뿌리 깊은 부족주의와 이슬람 종파 간 갈등도 시민혁명의 성공을 어렵게 한다. 바레인 등에서 불거진 수니파, 시아파 갈등은 다른 수니·시아파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시리아에서는 수니파(70%), 기독교(14%)의 저항을 받고 있는 권력층 알라위족은 12%에 불과해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 한다.

발리 나스르 미국 터프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중동은 평화롭고 민주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종파 간 분쟁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종파 간 갈등은 일단 뇌관이 터지면 파괴적인 길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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