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빼빼로데이 놓치면 1000년을 기다려야 한대요.”
유명 인기 여배우가 TV에 등장해 노래와 함께 올해 빼빼로데이의 중요성을 알린다. 기다란 막대모양의 과자 빼빼로를 생산하는 제과업체는 몇 달 전부터 이 광고를 제작해 지상파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올해 2011년 11월11일은 여느 해와 다르게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지나면 3011년 11월11일까지 1000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과업체의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올해 빼빼로데이 만큼은 꼭 챙길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달력에 ‘1’이 6번(이상) 등장하는 해는 2111년 11월11일, 2211년 11월11일, 2311년 11월11일 등 100년마다 있어 ‘밀레니엄’이란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빼빼로데이는 평소 좋아하던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는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주는 날로 인식되고 있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유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왜 꼭 그날만 되면 초콜릿, 사탕, 빼빼로 등을 사서 연인의 손에 쥐여 줘야 하냐는 것.
밸런타인데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노(Valentinus)의 축일이다. 서양에서는 연인끼리 함께 보내거나 고백을 하는 날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콜릿을 주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풍습으로 제과업체가 초콜릿을 팔기 위해 만든 일종의 상업적 전략에 불과하다. 빼빼로데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저 11이란 숫자와 과자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과업체에서 만들어낸 상술이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는 온라인 주요 포털사이트 사전에도 등장할 만큼 이미 일반화돼 있다. 네이버 지식사전에는 빼빼로데이에 대해 ‘1996년 부산, 영남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에서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돼 매년 제품 모양과 비슷한 11월11일을 기해 지켜지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여중생들의 놀이문화에서 착안, 해당 제과업체가 이날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
이 같은 ‘데이(day) 마케팅’은 현혹되기 쉬운 어린이나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제과업계가 제빵업계는 이날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고가’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인 빼빼로 하나당 가격은 800~1000원선이지만, 타인에게 선물로 주려면 만원 단위로 묶어 나오거나 크고 화려하게 제작돼 가격이 비싼 것들을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업체뿐 아니라 빼빼로와 유사한 제품을 파는 업체라던가 제빵업계에서도 일제히 빼빼로데이를 겨냥한 과자와 빵을 출시해 과다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밀레니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4~5만 원짜리 대형 빼빼로 세트, 꽃바구니와 결합해 10만 원을 호가하는 상품들도 시장에 나왔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들은 상품권이나 공연티켓 등을 증정하는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유모양은 “중학교때부터 매년 11월11일만 되면 교실 전체가 빼빼로, 초콜릿 냄새로 진동한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다 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게에서 빼빼로나 제과점에서 내놓는 빵을 사게 된다”고 털어놨다.
빼빼로데이가 성황을 이루다보니 동심을 멍들게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 교실 내에서도 집안 경제사정이 풍족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 두 명의 학생을 둔 학부모는 “요즘 가계사정도 안 좋은데 아이들이 빼빼로데이에 선생님과 급우들에게 빼빼로를 사줘야 한다며 용돈을 달라고 조르는 통에 속이 상하다”말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기업의 데이 마케팅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가장 큰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제과업체의 11월 한 달간 빼빼로 매출은 연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11일을 앞둔 3∼4일 동안 모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빼빼로데이가 얼마나 우리 생활에 깊숙히 파고들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올해는 수능시험날까지 겹쳐 지난해보다 30%가량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제 빼빼로데이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성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상술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재미와 활력소를 위해 이날을 즐기는 성인들이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특정회사 과자를 선물하는 빼빼로데이가 아닌 길쭉한 모양의 전통 ‘가래떡’을 주고받는 ‘가래떡데이’로 바꿔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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