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우리의 과학수사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을까. 경기경찰청이 과학수사의 날을 하루 앞두고 3일 과학수사의 현장을 소개했다.
경기경찰청의 과학수사는 형사과 내 과학수사계로 편제돼 있다. 과학수사계는 현장감식팀과 행동과학팀, 화재감식팀, 범죄분석팀, 행동과학팀, 관리지원팀, 심리검사팀, 검시팀 등 8개 팀으로 나뉜다.
이 중 경기청이 자랑하는 팀이 프로파일러가 활약하는 행동과학팀과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는 심리검사팀, DNA 검사를 전담하는 관리지원팀 등이다. 피해자와 목격자, 용의자에 대한 행동관찰과 진술분석을 통해 범인의 예상거주지와 범행 예상지역을 분석하는 경기청의 프로파일러는 5명이다. 이들은 2009년 1월경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경기 서남부지역의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해 유명해졌다. 지난 8월에는 미궁에 빠진 경기 부천시 약대동 주택가 골목길 여대생 김모(21세)씨 살인사건 해결에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하는 심리검사팀도 자랑거리다. 이들은 범죄와 관련해 거짓말한 것으로 의심되는 혐의자들과 고도의 심리게임을 벌여야하는 전문가들이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호흡이나 혈압, 맥박 등 심리적 불안 요소를 탐지해 과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거짓과 진실을 판별한다. 지난해 1월 안산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사건 관련 용의자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 검사를 벌여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이 사건은 뚜렷한 증거가 없어 경찰이 애를 태웠다.
관리지원팀의 유전자(DNA) 분석능력은 독보적이다. 경기청의 유전자분석소 ‘스마트 랩’은 전국 지방경찰청 중 유일한 것으로, 국과원의 분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팀은 현장감식팀과 공동으로 수사에 나서 7년간 미궁에 빠진 ‘2004년 경남 마산 강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고, 지난 2월17일 화성동부서에서 발생한 부녀자 살해 후 암매장한 사건도 풀어냈다.
이밖에 5명의 법최면수사관도 과학수사계의 보물이다. 법최면수사란 사건의 피해자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당시 상황을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때 최면 상태에서 잠재의식 속에 감춰진 기억을 끌어내 범인의 단서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이들 수사관은 2009년 탤런트 고 장자연 강제추행 사건과 2010년 용인에서 발생한 차량이용 KT&G 현금 날치기 사건, 지난 7월 수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야기 뺑소니 사건 등 국짉한 사건의 각종 실마리를 제공했다. 과학수사계장 김원식 경정은 “과학수사는 범인이 발뺌할 수 없는 증거를 찾아내는 데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영석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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