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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나면 좋은 천일염 아니다

입력 : 2011-09-29 00:22:30 수정 : 2011-09-29 0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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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응고제인 염화마그네슘 많은 탓
생산환경·보관기간 따라 품질 천차만별
장류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천일염으로 된장을 담갔다가 낭패를 봤다. 소비자 사이에 ‘국산 천일염을 쓰지 않으면 저급’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그간 사용하던 정제염 대신에 천일염을 택했다. 당해 연도에 생산된 게 아니라 간수가 모두 빠진 3년 된 천일염을 구해서 썼다. 그러나 장에서 쓴맛이 났다. ‘아직 발효가 안 돼 그런가’ 하고 3∼4개월을 기다렸지만 쓴맛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팔 수 없다고 판단해 된장을 모두 폐기처분했다. 그리고 다시 정제염을 쓰기 시작하자 쓴맛이 나지 않았다.

A씨네 된장이 쓴맛을 낸 건 여러 종류의 천일염 중에서도 염화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것을 쓴 탓이다. 염화마그네슘은 두부 응고제로 쓰이는데, 맛이 써서 소량만 입에 넣어도 헛구역질이 난다. 조미료를 넣으면 염화마그네슘을 중화해 쓴맛을 없앨 수 있다. 상당수 젓갈업자들이 젓갈을 담글 때 화학조미료를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일염은 생산 환경이나 보관 기간 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인데도 무조건 고급 소금으로만 잘못 여겨지고 있다. 품질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천일염의 염화마그네슘 농도는 증발지에서 결정된다. 보통 결정지에서 하루 만에 소금을 거두는데, 날씨가 흐리면 더 걸린다. 바닷물이 결정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염화마그네슘 성분이 많아진다. 염화마그네슘 함유량이 많은 천일염은 간수를 빼더라도 쓴맛이 가시지 않는다. 염화마그네슘 함유량 등을 기준으로 천일염에 등급제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 일부 학계 인사, 업자는 국내 천일염에 세계 최고 소금으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칼륨과 염화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더 많이 들어 있다고 자랑한다. 정작 쓴맛을 내는 염화마그네슘이 적어야 좋은 소금이다. 염화마그네슘 함유량은 국내 천일염이 게랑드보다 2∼3배 높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해주를 염판에 오래 둘수록 쓴맛이 나기 때문에 프랑스 게랑드에서는 소금꽃이 피면 바로 뜰채로 떠낸다”며 “천일염에 염화마그네슘이 붙어 있으면 3년을 두든 5년을 두든 쓴맛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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