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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갯벌 염전서 전통식 제염… 자연 머금은 ‘명품소금’ 탄생

입력 : 2011-09-29 00:22:51 수정 : 2011-09-29 0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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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세계 최고 佛 게랑드서 배운다
양손으로 한 움큼 분량인 125g에 1만1800원. 28일 국내 모 백화점에 진열된 프랑스 게랑드 소금 값이다. 국내산 일반 천일염보다 수십배나 비싸다. 생산자 이름을 내건 국내 최고급 토판염보다도 2.3배 높은 가격이다. 이렇게 비싼데도 꾸준히 팔려나간다.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히말라야산 등 명품 소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기에 세계 최고 소금으로 우뚝 섰을까.


◆자연 그대로, 수백년 전 방식 그대로

한적한 시골 마을 게랑드(Guerande)는 프랑스 서북부 해안에 위치한다. 파리에서 테제베를 타고 서쪽으로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이 지역은 크고 작은 곶과 후미진 연안이 많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후미 깊숙한 곳에 게랑드 마을이 있다. 한때 소금장사와 무역으로 매우 번창했다.

게랑드 염전은 대서양을 향해 펼쳐진 갯벌 위로 1800ha(약 545만평)에 걸쳐 조성돼 있다. 지반은 화강암 암반에 모래층이 퇴적되고 그 위로 점토질이 수세기에 걸쳐 쌓였다. 토판(土版·개펄을 다진 바닥) 천일염이 발전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게랑드 염전의 가장 큰 특징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제염 방식은 물론이고 각종 공구까지 수백년 전에 쓰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금 결정을 걷을 때 쓰는 ‘라스’라는 공구 손잡이가 목제에서 신소재로 바뀌었을 뿐이다. 개펄을 그대로 다져 염판을 만들고 염둑을 조성한다. 해수 흐름도 중력에 맡기도록 돼 있다.

현대식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데다 소금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햇볕과 바람조차 프랑스 남부에 비해 약하다. 수확량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기후에 따라 적게는 200t, 많게는 2만2000t까지 들쭉날쭉하다. 연평균 1만t가량 된다.

하지만 이 약점은 오히려 최고 품질의 소금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 됐다. ‘게랑드의 소금 이야기’의 저자 고린 고바야시는 책에서 “결정이 더디게 진행되다 보니 그 시간만큼 미네랄과 미세조류 성분이 많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게랑드 소금이 고유의 제비꽃 향을 풍기는 것도 이 덕이다.

게랑드 염전 조합은 수확량을 3년간 보관하면서 출하량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한편 간수를 충분히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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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붐, 농약 오염 등 위기를 기회로

산업화와 개발 바람은 게랑드에도 불어닥쳤다. 1960년대 경기 호황의 붐을 타고 해안마다 레저항을 조성하거나 골프장과 호텔 등 위락시설을 짓는 휴양지 건설 계획이 쏟아졌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프로젝트가 정신없이 발표됐다. 게랑드 인근 역시 인공 섬을 조성하는 등의 마리나 대개발 계획이 추진됐다. 여기에다 70년대부터 농약, 화학비료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프랑스 전역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염전이 온전하게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였다.

이때 시민사회가 갯벌 보전을 외치고 나섰다. 소금 장인들은 시민단체를 결성해 학계와 문화재계에 호소하는 한편 학생운동과 연대했다. 청정 해역과 습지의 가치를 입증하면서 국민과 정부 지도자, 자치단체 등을 설득해 나갔다. 결국 프랑스는 개발보다 갯벌 보전을 택했다.

프랑스 게랑드 염전은 자연 상태에서 옛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들고 있다. 염전에서 소금을 걷을 때 쓰는 5m 길이의 ‘라스’는 손잡이의 소재만 바뀌었을 뿐이다.
자료사진
1980년대 들어 농약 남용에 따른 수질·토양 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 것도 프랑스 사회가 유기농에 관심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게랑드 염전은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오염물질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는 고속도로나 국도는 500m 외곽에 떨어져 있다. 농지나 양식장, 사육시설 등 화학성분을 사용하는 오염원이 마을 인근에 들어서는 것조차 금지된다. 1998년 프랑스 농수산부는 물리적·화학적 특징을 꼼꼼하게 규정한 11개 항목의 게랑드 소금 기준을 마련했다. 앞서 91년 게랑드 소금은 프랑스 최우수 식품에 주어지는 ‘적색 라벨’도 획득했다. 이는 화학성분과 세균 검사, 맛·모양·색 검사, 각각 연 4차례의 설비·위생 검사와 불시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중금속 검사 정도를 명문화해놓은 국내 천일염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먹거리사랑시민연합’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부경대 최진호 명예교수는 “게랑드 소금은 화학성분과 환경호르몬, 방사선, 중금속, 세균 등 품질 기준을 매우 까다롭게 규제하기에 세계적인 명품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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